맨해튼 웨스트 사이드의 한 아파트와 공원을 배경으로 한 연극 '실비아(Sylvia)'는 동명의 암컷 개와 중년 부부의 삼각관계를 다룬 코미디극이다.

1995년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섹스 앤 더 시티'의 주인공 사라 제시카 파커가 개 '실비아' 역을 맡아 화제를 뿌렸던 작품.

미국 극작가 앨버트 R 거니의 희곡을 국내 처음으로 극단 블루 바이씨클 프러덕션이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대표 윤석화) 무대에 올렸다.

기숙 대학교에 들어가 독립한 자녀를 둔 중년의 부부 그렉과 케이트는 어느 날 그렉이 센트럴파크에서 실비아라는 이름표가 달린 개 한 마리를 집으로 데려오면서 부부생활의 위기를 맞는다. 직장에선 상사와 싸우고 끊임없이 '본질적인 것'을 찾아 고민하던 그렉은 '맑은 눈빛과 요염한 엉덩이'를 가진 실비아에게 빠져든다. 셰익스피어를 가르치는 중학교 영어교사로서 새 인생을 시작한 케이트는 개에 대한 남편의 지나친 애정에 소외감을 느끼며 실비아를 동물구조협회에 보내자고 조른다.

타인 및 사회와의 소통 부재에서 오는 답답함을 개를 통해 대리만족하는 그렉,배우자가 원하는 절대적인 위로와 안식을 깨닫지 못는 케이트는 결국 실비아를 통해 화해에 이르게 된다는 내용이다. 발정기에 접어든 장면이나 고양이의 등장에 짖어대는 실비아의 몸짓은 여배우를 통해 신선하게 묘사된다.

그렉 역을 맡기도 한 연출가 김준삼씨는 "미국에서는 여성이 개를 연기한다는 사실 때문에 여성인권론자들의 반대가 컸다"며 "그러나 인간은 우리의 시각에서 개와 인간의 관계를 결정짓지만 반대로 개에게 인간은 어떤 존재인지,그들의 눈에 비친 인간들의 모습을 유쾌하게 표현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168석 소극장에 울려퍼지는 라이브 재즈 음악과 코믹한 장면들,중간중간 인용되는 셰익스피어의 문구가 색다른 재미를 불러온다. 다만 간간이 섞여있는 어색한 번역투의 대사와 2시간10분(인터미션 제외)이라는 긴 공연 시간은 부담스럽다. 6월20일까지 설치극장 정미소.2만~3만원.(070)4136-3738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