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이스라엘 해병특공대가 팔레스타인 자치구인 가자지구로 향하던 국제 민간구호선 6척을 나포한 것은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이 과정에서 친 팔레스타인 평화활동가들인 터키인 승선자 9명이 사살되면서 국제사회가 발칵 뒤집어졌다.

이스라엘은 그러나 변명에 가까운 해명으로 일관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구호선에 폭력적인 테러 극단주의자들이 탔으며 특공대원들이 자위 차원에서 저항하는 이들을 사살했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현장 목격자들의 증언은 달랐다. 구호선 6척 중 한 척에 승선한 호주 취재기자와 카메라기자는 "특공대가 하이에나 같이 활동가들을 '사냥'했다"고 생생하게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특공대원들의 정당방위가 아니라 사살이라는 일부 증거를 제시했다.

평화활동가들은 "팔레스타인 국민들에게 인도적인 의약품과 구호품을 전달코자 했다"고 전했다. 구호선 투입을 통해 가자지구 해상봉쇄로 팔레스타인에 고통 주는 이스라엘의 정책을 무력화하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었다. 세계 곳곳에서는 이스라엘의 만행을 규탄하는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은 따가운 비난에 눈과 귀를 틀어막았다. 사과는 한마디도 없다. 유엔이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사건을 조사하자"고 했지만 거부했다. 오히려 지난 5일에는 팔레스타인으로 향하는 2차 구호선을 나포해 승선자 전원을 추방했다. 앞으로도 구호선을 계속 저지하겠다고 나섰다.

이런 강경한 태도는 이스라엘이 현실적으로 생존하기 위한 전략과도 배치된다. 당장 희생자가 발생한 터키 정부는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최소화하겠다고 나섰다. 터키는 핵 개발로 이스라엘을 위협하는 이란을 중재하고 압박할 수 있는 주요 국가로 꼽혀왔다. 이스라엘에는 비교적 우호적인 미국 내 여론까지 등을 돌리면서 오바마 정부 입장을 어렵게 만드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런 와중에 이스라엘 대통령의 한국방문이 '공식방문'에서 '실무방문'으로 격하됐다. 유대인 600만명이 희생당한 홀로코스트의 아픈 역사를 갖고 있는 나라가 바로 이스라엘이다. 이번 사건을 놓고 국제사회가 왜 이스라엘을 비판하는지 스스로 한번쯤 되돌아볼 일이다.

김홍열 특파원 워싱턴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