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폭탄'으로 마이너스 프리미엄까지 형성되는 등 아파트 분양권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계약 자체를 해지하거나 분양가를 깎아 보려는 소송이 크게 늘고 있다. 그러나 분양권 소유자들이 승소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계약해지나 손해배상이 가능한 중대한 계약 위반 사항이 없다는 점에서다.

분양권 소유자들이 흔히 내는 소송 가운데 하나는 미분양분 할인 판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다. 이런 소송을 하는 속내는 자신들에게도 분양가 할인 혜택을 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 판례는 공급자 편을 들어주고 있다. 부산지법은 지난해 부산 북구의 한 아파트 입주민 305명이 "저층부 할인 분양으로 고층아파트 시세도 하락했다"며 시행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상당한 기간이 걸리는 대단지 아파트 분양에서 경제사정 변화와 부동산 경기 변동 등에 따라 분양가를 차등 책정하는 것은 매도인의 자유 영역"이라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아파트가 분양된 것처럼 꾸미기 위해 제3자 이름을 빌려 계약하는 이른바 '바지전매'의 피해자도 구제받을 수 없다는 게 법원 판결이다. 울산지법은 지난 1월 "분양을 받은 사람들이 시행사 경영자 요청으로 명의만 빌려줬다 하더라도 이는 무조건적인 해지권과 전매권 등이 보장된 유효한 계약"이라고 판단했다.

최상층 복층화,전실의 전용공간화,모델하우스와 다른 시공,공원 지하철 도로 개설 예측,조망권 약속 등에 대한 '허위 · 과장 광고' 분쟁에선 하급심 법원의 판단이 엇갈리게 나오고 있다. 부동산전문 변호사인 로티스합동법률사무소의 최광석 변호사는 "재판부가 광고를 상거래상 어느 정도 통용되는 과장된 광고나 홍보로 보느냐,아니면 기망(속이는 행위)으로 보느냐에 따라 결론이 다르게 나온다"고 분석했다. 다만 대법원이 2007년 6월 "분양을 받은 사람이 광고 내용이 사실이 아니란 걸 알았다면 분양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든가, 적어도 동일한 가격으로 분양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되는 경우 등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물릴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 손해배상을 인정하는 판례가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입주나 등기지연은 계약 해지 사유가 될 수 있다. 이는 분양계약의 핵심 내용이라고 볼 수 있는 중요한 문제여서 계약자가 구제 받을 수 있다고 법원이 보고 있기 때문이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