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인터내셔널 인수를 앞두고 있는 포스코의 정준양 회장과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최근 만나 대우인터내셔널이 갖고 있는 교보생명 지분 24%의 처리문제에 대해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과 신 회장은 지난달 중순께 신 회장 측 요청에 따라 회동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신 회장은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하고 있는 교보생명 지분을 경영권 위협이 없는 쪽으로 처리해 줄 것을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교보 지분 당분간 매각 안할듯

포스코는 이와 관련해 당초 계획과 달리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24%를 외부에 매각하지 않는 대신,교보생명 측과 전략적 제휴를 맺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포스코가 교보생명 지분을 계속 들고 있는 조건으로 신 회장과 교보생명 측이 포스코 주식을 일정 비율 매입하거나 교보 측이 운용하는 펀드의 포스코 주식 편입비율을 높이는 방안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포스코가 지분을 외부에 매각한다면 적어도 교보생명의 우호세력에 넘기는 내용 등도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 고위 관계자는 "교보생명 지분 매각은 대우인터내셔널 경영진이 새로 구성되면 신임 CEO가 처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며 "다만 교보생명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지분 처리 문제를 확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대우인터내셔널 인수를 통해 새로운 대주주가 되는 포스코 측에 경영현황을 설명하고 협력을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와 교보생명 간의 전략적 제휴가 설득력을 얻는 것은 포스코가 지분 24%를 매각하더라도 추가 차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교보생명 지분 매각 가치는 약 8500억원.과거 ㈜대우가 대우인터내셔널과 대우건설로 분할될 때 장부가액과 비교해 향후 매각 차익을 ㈜대우 채권단에 지급하기로 계약이 돼 있다. 교보생명 상장을 기다렸다가 매각을 통해 추가 차익을 취할 수 없다는 얘기다. 교보생명 지분 24%만으로는 경영권을 장악할 수 없어 국내외에서 마땅한 매수자를 찾기 어려운 점도 작용하고 있다. 교보생명 측은 포스코가 보유 지분을 팔더라도 신 회장의 지분이 33.62%이고 특수관계인 몫까지 합하면 40%에 이르기 때문에 경영권에는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전략적 제휴 성사에 관심

그러나 보험업계에서 보는 시각은 다소 다르다. 포스코가 시장에 내놓을 24%의 지분과 자산관리공사(9.93%),수출입은행(5.85%) 등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이 합쳐지면 생보업계의 '뜨거운 감자'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모펀드들이 갖고 있는 교보생명 지분 역시 언제든지 매각 조건에 따라 우호지분에서 적대적 지분으로 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포스코가 교보생명 지분을 한화 측에 매각하면 보험업계에 몰고올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향후 한화가 교보생명 지분을 추가 매입해 경영권을 확보하면 대한생명과 교보생명을 합쳐 업계 1위 삼성생명과 양대 구도를 형성할 수 있어서다. 일부 중국계 투자자들이 교보생명 지분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성사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결국 포스코 입장에선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을 매각하기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시장에 파장을 주거나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극도로 꺼려온 포스코의 기업문화를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포스코 고위 관계자는 "항상 그렇듯이 회사 입장에선 지분 매각에 따른 큰 잡음이 일어나는 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포스코가 교보생명과의 전략적 제휴를 검토 중인 이유다.

포스코는 현재 일본의 신일본제철을 비롯해 현대중공업 SK텔레콤 KB금융지주 등 국내외 기업들과 지분을 상호 교차 보유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달 14일 대우인터내셔널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며,세부 실사를 거쳐 내달 본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