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술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중국 양대 경매회사 자더와 폴리의 춘계 경매에 9500억원의 뭉칫돈이 몰렸고,홍콩 크리스티의 경매 실적도 3300억원을 넘었다. 중화권 '큰손'들이 몰리면서 작고 작가 천이페이를 비롯해 자오우키,쩡판즈,장샤오강 등 중국 근현대 작가들의 작품 값과 고미술품 값도 오르고 있다.

◆770억원짜리 고미술품 등장=지난 3일 베이징에서 열린 폴리 경매에서는 북송(北宋)대의 시인 · 서예가 황팅젠(黃庭堅 · 1045~1105년)의 글씨 '지주명(砥柱銘)'이 770억원(4억3680만위안 · 수수료 포함)에 팔려 아시아 미술품 경매 최고가를 경신했다. 폴리는 이번 춘계 경매(1~5일)에서 황팅젠의 글씨뿐만 아니라 근현대 미술품까지 고가에 팔아 5808억원(33억위안)의 매출을 달성했다. 단일 경매 행사의 낙찰총액으로는 세계 최고 기록이다.

앞서 지난달 17일 자더 베이징 경매에서는 중국 근현대 미술품 1100여점 중 1000여점이 팔려 낙찰률 91%,낙찰총액 3700억원을 기록했다. 금융 위기가 확산된 2008년 말 이후 최대 규모다. 이날 경매에서는 중국 근대화가 장다첸(張大千 · 1899~1983년)의 1968년 작 '애흔호'(愛痕湖 · 264.2×76.2㎝)가 1억80만위안(171억5000만원)에 낙찰돼 중국 근현대 미술품 최고가를 경신했다.

또 지난달 29,30일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도 아시아 지역 투자자들이 몰려 낙찰률 90%대,낙찰총액 3340억원을 나타냈다. 중국 근대 회화 작가 천이페이의 '현악 4중주'가 추정가의 10배인 93억원(785만달러)에 낙찰된 것을 비롯해 산유의 '붉은 대지 위의 백합화병'(325만달러) 등이 고가에 팔려 나갔다.

◆4조원대 예상되는 경매시장=중국 미술품이 올 들어 고가에 낙찰되면서 경매 시장 규모도 연간 4조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중국 경매시장은 약 3조7000억원으로 성장했다. 한국과 일본의 미술시장이 2008~2009년 계속 28~41% 하락하는 동안 중국은 2008년 18% 떨어졌다가 지난해 16% 성장으로 돌아섰다.
지난해 중국의 국제 미술시장 점유율 역시 2008년(7.2%)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17.4%로 뛰어 올랐다. 미국(27.7%),영국(21.3%)에는 뒤졌으나 프랑스(13.9%)를 3.5%포인트 추월해 세계 3위 자리를 차지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조만간 미국,영국의 시장 규모와 비슷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홍콩 대만 등 중화권 컬렉터의 비중이 늘면서 군소 경매회사들도 잇달아 생기고 있다. 베이징,상하이에는 최근 1년 사이에 50여곳이 문을 열어 모두 120여곳이 미술품 판매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술품 애호가도 꾸준히 늘어 지난해 말 7000만명을 넘어섰다.

◆중국 시장 왜 뜨나=중국시장에서 작품 판매가 호조를 보인 것은 중국 유망 작가들의 작품 값이 조정을 받은 데다 상하이박람회 덕분에 아시아권과 유럽 미주지역 컬렉터들이 베이징과 상하이에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중국 부자들이 인플레이션과 금융시장 변동성의 헤지(위험회피)수단으로 저명 작가들의 작품을 사 모으는 것도 한 요인이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의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자산 버블 신호가 감지되고 있어 미술시장이 본격적으로 회복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