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공간 더소호(THE SOHO)와 손호연단가연구소 대표인 이승신씨(61)가 3일간의 오키나와 여정을 담은 세 번째 시집 《오키나와에 물들다》(소울 펴냄)를 내놨다.

대개 여행 이후에는 에세이 등 산문을 쓰는 것이 보편적이지만 저자는 주로 3~4줄 짜리 단시(短詩)를 통해 조국과 가족에 대한 사랑,삶에 대한 사색을 읊조린다.

일본의 침략으로 130여년간 일본에 동화되며 사라져간 오키나와 왕국은 일제 식민지를 거친 조선의 운명과 묘하게 겹쳐진다. 또 조국을 그리워한 우리 선조들의 넋은 이씨의 어머니이자 유명한 와카(和歌 · 일본 단가)시인이었던 고 손호연씨의 그리움과 이어진다.

'새겨진 이름도 없는/ 만 명의 전몰자/ 그 피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는/ 오키나와/ 한국인 위령탑 앞.'('피의 의미' 전문)

'고운 넋 스며들어/ 옥빛이 되었나/ 그 바다에 물이 드는 눈동자/ 내 영혼의 창.'('오키나와에 물들다' 전문)

각각 따로 된 듯한 119편의 시들은 전체가 다시 연결되며 오키나와의 푸른 바다를 연상시킨다. 시인의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한 단상,아들에 대한 내리사랑의 마음도 함께 배어난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