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 2 지방선거가 초반부터 박빙 양상을 보이자 유권자들은 오랜만에 "한나라당과 민주당 간 싸움이 볼 만했다"며 개표결과를 끝까지 보느라 밤잠을 설쳤다는 반응이 주류를 이뤘다. 아침 일찍 투표를 마치고 나들이 간 유권자들도 많은 탓에 주요 도로가 낮 한때 꽉 막혔으며 귀가길 유권자들은 DMB로 개표 방송을 보고,트위터로 선거 관련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개표방송이 축구 승부차기 같다"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자 유권자들은 개표방송에서 눈과 귀를 떼지 못했다. 투표를 마치고 나들이 갔다 돌아온 시민들은 차안에서 DMB와 라디오 트위터 등을 통해 중계되는 방송과 개표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 들었다.

양평으로 놀러갔다가 돌아오는 길이라는 직장인 조병철씨(34)는 "출구조사 결과와 개표상황을 보면서 마치 축구 승부차기를 보는 기분 같았다"고 말했다.

본인의 지역구에서 특정 후보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해도 다른 지역구 상황이 궁금해서 손에 땀을 쥐며 개표방송을 보고 있다는 유권자도 있었다.

인천 부평구에 거주하는 이철민씨(30)는 "내가 사는 지역구뿐 아니라 서울시장 등 다른 지역구 상황도 흥미로워서 계속 TV 앞을 지키고 있다"면서 "평소 개표방송은 적당히 보고 잠자리에 들었는데,이번에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켜봤다"고 전했다. 대학생 유모씨(24)는 "서울과 수도권 선거가 초박빙 승부여서 밤늦게까지 개표방송을 지켜봤다"고 말했다.

트위터 또한 시끄러웠다. 트위터 유저들은 실시간으로 "아무개 후보가 당선되면 막걸리를 쏘겠다","이번 선거 왜이리 재미있음?" 등 선거 관련 글을 올렸다.

◆투표소에 등장한 커닝페이퍼

민선 사상 최초로 1인 8표제의 권리를 행사하게 된 유권자들은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 '커닝페이퍼'를 지참하고 투표소에 나타나기도 했다. 경기도 수원시 청소년문화센터에서 투표한 김상갑씨(69)는 "수십년간 투표를 해 봤지만 커닝페이퍼를 써온 건 올해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투표소를 찾은 윤모씨(31)는 "헷갈릴 것 같아 아이폰의 메모 기능을 이용해 적어 왔다"면서 "투표소 안에서 아이폰을 열었다가 오해를 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입구에서 '복습'한 다음 투표했다"고 말했다.

복잡한 투표 방식에 짜증을 내는 유권자도 있었다.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제3투표소에서 한 70대 유권자는 "교육감,교육의원은 알지도 못하는데 왜 찍어야 하느냐"며 용지를 찢어버리기도 했다.

◆'한 지붕 다른 표심'에 옥신각신

서울 목동에 거주하는 김모씨(41)는 이번 선거일에 자매간 의가 상할 뻔했다. 언니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정책 등을 심판하려면 민주당에 몰표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고,김씨는 "천안함 사태 이후 나라 분위기가 뒤숭숭하니 현 정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반박했기 때문.국론 분열로 자매간 분열이 일어날 뻔했다는 김씨는 "잠시 언쟁을 벌이며 얼굴을 붉히기도 했지만,저녁식사를 같이하며 풀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최모씨(27)는 아침부터 부모와 선거에 대해 대화를 나누다 오히려 집안싸움이 났다고 전했다. 최씨는 "부모님이 지지하는 후보에 대해 인터넷 등에서 떠도는 의혹을 전해드렸다가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며 발끈하시는 바람에 아침부터 분위기가 험악했다"며 "부모님을 설득하지 못한 대신 주변 친구들에게 투표하라는 문자를 수십통 돌렸다"고 말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