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나 스테인리스 스틸은 차가운 느낌이 나지만 구리에는 따뜻한 정감이 묻어있는 것 같아요. 게다가 다양한 모양으로 변형시킬 수 있어 다른 금속보다 인간적이죠."

오는 9일부터 다음 달 10일까지 서울 사비나미술관과 예술의전당에서 동시에 작품전을 갖는 이길래씨의 '구리 예찬론'이다.

이씨는 동파이프와 옹기 파편,석화껍데기 등을 활용해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한 중견 조각가. 2007년부터 소나무 형태의 구리 조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3년 만에 열리는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사비나미술관 1~2층을 관통하는 6.5m 높이의 대형 소나무 부조 작품이다. 초록빛이 감도는 구리로 솔잎까지 정교하게 표현한 이 작품은 조각이라기보다 한편의 그림 같다. 그만큼 회화성이 뛰어나다.

그는 동파이프를 일정한 간격으로 잘게 자른 뒤 측면을 눌러 타원형의 고리를 만든다.

이렇게 만든 고리 수백개를 용접해 이어 붙이면 까칠한 질감에 구불구불한 줄기를 지닌 멋진 소나무가 탄생한다.

그의 입체 작품 중 일부는 단순한 소나무 형태를 넘어 인간의 형상 같기도 하고 기묘한 외계 생명체 같기도 하다. 소나무가 우거진 숲이나 인간의 몸짓을 닮은 소나무를 생물체의 형태로 형상화했다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

그는 "동파이프를 통해 자연의 생명성을 되살려내고 싶었다"며 점에서 시작해 선으로,면으로,공간으로 확장해가는 자신의 작업방식을 설명했다.

사비나미술관에 입체조각과 드로잉이,예술의전당 야외광장에는 대형 조각이 전시된다. (02)736-4371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