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소통'이라는 말이 일상화된 적은 없을 것 같다. 그만큼 중요하기도 하지만,잘 되지 않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다. 소통이 잘 안 되는 이유는 리더의 일방적 스타일,관료주의적 조직문화,직원들의 이해하고 수용하는 능력 부족 등 여러 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핵심은 '신뢰'다. 신뢰는 정직과 열린 태도에 영향을 받는다.

리더십 이론의 대가인 블레이크와 머튼은 NASA(미국 항공우주국)에서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사람의 실수로 인한 비행기 사고를 분석하는 것이었다. 평소 같은 팀으로 일하는 조종사 부조종사 항법사 등 조종실 탑승자들을 모의비행장치에 들어가게 했다. 그리고 사고가 나는 순간 어떻게 행동하는지 관찰했다. 이들의 결론은 위기상황에 대한 대처방식은 평소의 의사소통 방식과 깊은 관계가 있다는 것이었다.

올바른 의사결정을 한 조종사들은 짧은 순간에도 상황을 다른 팀원들에게 알리고 대응방법에 대한 의견을 구했다. 이런 리더들은 평소에도 '열린 태도'로 팀을 운영했다. 반면 잘못된 대처를 한 조종사들은 문제가 생긴 순간 본능이 이끄는 대로 행동했다. 이들은 평소에도 독단적으로 행동하고,명령을 전달하는 형태의 의사소통 방식에 익숙했다. 이 실험은 '평소 명확하고 투명한 형태로 정보를 함께 공유하는 리더와 팀원들의 습관이 위기 상황을 극복한다'는 성공적인 소통에 대한 메시지를 던져준다.

구체적인 소통의 원칙은 첫째,진실을 말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상대방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하려는 충동을 느낀다. 하지만 현명한 사람은 꾸밈 없고 솔직하게 말한다.

둘째,반대 의견을 내는 사람에게 보상해야 한다. 혁신은 자신의 근본을 부정하는 데서 나온다. 기존 가치와 전제를 넘어서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의견을 내는 사람들을 제대로 평가하고 감사의 뜻을 전하자.셋째,유쾌하지 않은 대화도 즐겨야 한다. 나쁜 소식과 반대 의견 · 부정적인 피드백은 그 자체가 유쾌하지 않지만 피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상대방의 마음을 다치지 않고 부정적인 메시지를 건설적으로 주고받는 법을 적극 배워야 한다.

넷째,다양한 정보원을 가져야 한다. 자기 마음에 맞는 사람,자기에게 좋은 소리만 하는 사람만 두다 보면 언젠가는 왜곡된 정보에 둘러싸인다. 다섯째,정보를 해방해야 한다. 조직을 망하게 할 정도의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정보가 자유롭게 흐르도록 만들어야 한다.

오르페우스 체임버 오케스트라는 음악계에서 늘 화제를 몰고 다닌다. 이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들을 때는 느끼기 어렵지만,직접 보면 한 가지 특이한 점을 찾을 수 있다. 지휘자가 없다는 것이다.

1972년 줄리아드 음대 출신인 줄리안 파이퍼가 설립한 이 오케스트라는 지휘자 없이도 적절한 순간에 악장을 바꾸고,리듬의 변화와 소리의 톤을 조절한다. 비결은 뭘까. 그들은 스스로 이렇게 자신들을 소개한다. "오르페우스 연주자들은 강한 신호로 이끌기보다는 미묘하게 신호하려고 노력한다. 이런 미묘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집중과 자각,맥락에 대한 이해,그리고 다른 모든 연주자들의 연주를 듣는 태도가 중요하다. "

이런 말도 있다. "연주자들은 완전히 몰입해 서로의 연주를 듣는다. 신호는 대부분 호흡이나 눈짓으로 한다. 오르페우스의 힘은 친밀감에서 나오는데,이는 서로 주고받는 신뢰와 존중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 이것이 바로 성공적인 소통을 이루는 조직이 아닐까.

류지성 삼성경제연구소 교육혁신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