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 주가가 급락한다면? 주가 하락에 대처하는 방식에서 상장사 임직원과 오너(소유주)의 '온도차'가 느껴져 눈길을 끈다. 임직원들은 보유주식을 팔아 추가 손실을 줄이려 하는 반면, 오너는 주가하락을 지분확대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화의 김석규 자금운영팀장은 최근 자사 보유주식 701주 전량을 매각했다.김 팀장은 최근 이사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 주식을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이달 들어 한화의 주가가 20% 넘게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주식처분 시기가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관련 임원이 손절매에 나선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살 수 도 있다는 것이다.한화 관계자는 이에 대해 "김 팀장의 경우 보유 주식 물량이 많지 않은데다 오해를 사면서까지 매각할 이유가 없었다"며 "대표적인 오비이락"이라고 해명했다.

김철수 LG텔레콤 부사장, 오창훈 LG이노텍 상무, 김윤수 SK컴즈 시스템인프라실장 등도 보유주식을 전부, 혹은 일부 장내에서 매각했다.

코스닥기업 임원들의 지분매각도 잇따르고 있다. LCD 부품 제조사인 우리이티아이의 홍순호 이사(공장장)는 지난 12일 1만주를 매각했다고 공시한데 이어 24일에도 4000주를 팔았다고 밝혔다. 홍 이사는 1288주만 남겨놓고 보유주식 대부분을 이달에 정리했다.

또 박병헌 전무가 1만주, 이재숙 관리담당 이사가 1만1000주를 각각 장내에서 처분하기도 했다. 우리이티아이 주가는 지난 17일 1만650원으로 고점을 찍은 이후 18일부터 25일까지 5거래일 간 30% 넘게 폭락했다.

리튬 2차전지 소재 등을 만드는 에코프로의 윤성진 전무와 박석준 상무도 각각 500주와 335주를 매각해 보유주식이 9500주(지분율 0.08%)와 4만8390주(0.43%)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심수광 컴투스 이사, 김채빈 아토 상무, 조성민 엘엠에스 전무, 이기서 삼지전자 이사, 박재윤 바텍 상무 등도 최근 며칠 새 매각 '러시'에 동참했다.

이와는 정반대로 기업의 오너나 CEO(최고경영책임자)는 주가 하락을 지분 확대의 기회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김승연 한화 회장은 이달에만 14만주를 장내에서 취득, 보유주식을 1697만7949주(22.65%)로 늘리고 경영권을 더욱 공고히했다.

정몽원 한라건설 회장은 본인이 4만주를 직접 사들인 것은 물론, 관계사 현대종합금속을 통해 31만9100주를 추가로 매집했다. 또 정 회장의 두 딸인 지연씨와 지수씨도 각각 8000주와 1만5800주를 사들였다.

절반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최평규 S&T홀딩스 회장도 최근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자 장내에서 4만5080주를 매입해 지분율을 56.76%까지 확대했다.

김형곤 동방 사장, 허용석 정상제이엘에스 원장, 허정훈 한국수출포장 부사장, 신규진 광진윈텍 대표 등도 오너의 지분 매입 사례로 꼽힌다.

대주주는 아니지만 회사의 대표를 맡고 있는 하영봉 LG상사 사장, 남삼현 이트레이드증권 사장, 조성호 유성티엔에스 사장 등도 최근 장내에서 자사 주식을 사들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소수의 지분은 주가 하락시 팔면 그만이지만 오너의 경우 별다른 대안이 없다"며 "여력이 되면 지분을 늘리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