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꾸준히 강세를 보이던 에틸렌 가격이 급락세로 돌아섰다.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유가 하락으로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내림세로 접어든 상황에서 수요 부진에 중동 지역 신증설 설비 가동으로 인한 공급량 증가가 겹쳐지며 나타난 현상이다.

◆에틸렌 가격 급락

원자재 정보업체인 코리아PDS에 따르면 에틸렌 값은 지난주(21일 기준)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한국 본선인도조건(FOB) 기준으로 t당 1099달러를 기록,한 주 전 1294달러에 비해 195달러(15.06%)나 폭락했다. 같은 기초유분인 프로필렌(10.7%) 부타디엔(2.2%) 등에 비해 하락폭이 유난히 컸다.

에틸렌은 지난달 말까지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서 연초 대비 20%가량 오른 t당 1300달러대를 지켜왔다. 이달 초부터 국제유가가 급락했지만 중순까지만 해도 가격대가 견고했다.

임지수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올 들어 중국 수요가 호조를 보인 데다 기존 설비의 정기 보수,중동 등의 신규 에틸렌 설비 가동 지연 등이 겹치면서 에틸렌 가격이 계속 올랐는데 이제는 공급 부족 현상이 풀리고 있어 상당한 조정이 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에틸렌 값은 원료인 나프타보다 t당 300~400달러 높게 형성되는 것이 보통이지만,올 들어서는 최대 700달러까지 차이가 벌어졌다. 연초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지의 대형 석유화학 공장이 가동에 차질을 빚은 탓이다.

그러나 최근 이들 공장과 함께 싱가포르 인도 아랍에미리트(UAE) 등의 신규 설비가 가동에 들어가 물량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는 수요 부진으로 t당 800~900달러 선에 거래되고 있다. 김기영 석유화학공업협회 조사분석본부 과장은 "중동 제품이 수입되면서 공급이 늘어나고 있는 데다 수요자들이 최근 유가 하락을 틈타 구매 시점을 늦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타 석유화학 제품도 하락세

에틸렌 값 급락세는 석유화학 시장이 처한 상황을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올 들어 경기 호전과 수요 증대로 오름세를 보이던 석유화학 제품은 유럽발 위기 확산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경기 둔화가 점쳐지며 국제 원유 값과 나프타 값이 폭락하면서 모든 유화 제품으로 하락세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두바이유는 24일 기준 배럴당 70.2달러로 1주일 사이에 7.47%,한 달간 16.15%나 내렸다. 나프타도 t당 64.75달러로 한 주 동안 13.04%,한 달 사이에 15.38% 하락했다. 이에 따라 기초유분과 벤젠 등 방향족 화학제품도 비슷한 하락폭을 기록했다. 다운스트림 제품도 내림세다. 에틸렌은 합성수지인 폴리에틸렌(PE) 제조 원료로 주로 쓰이는 만큼 PE 가격의 하락세도 가팔라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