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애,(양)희영이와 함께 한식당에 저녁 먹으러 왔어요. 오늘은 제가 후배들에게 크게 한턱 내야죠."

미국 LPGA투어 '사이베이스 매치플레이챔피언십'에서 24일(한국시간)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유선영(24)의 목소리는 무척 밝았다. 고대하던 우승컵을 거머쥐면서 지난 5년여 동안의 마음고생이 눈녹듯 사라졌기 때문이다.

유선영은 이날 미국 뉴저지주 글래드스톤의 해밀턴팜GC(파72)에서 열린 대회 4강전에서 세계랭킹 1위 신지애(22 · 미래에셋)를 2홀차로 물리친 데 이어 결승전에서는 안젤라 스탠퍼드(미국)를 3홀차로 꺾고 감격의 우승컵을 안았다.

신지애는 3,4위전에서 양희영(21 · 삼성전자)에게 1홀 남기고 3홀차 완승을 거뒀다.

유선영은 우승상금 37만5000달러를 거머쥐며 시즌 상금랭킹이 4위(43만달러)로 껑충 뛰었다.

유선영은 초등학교 6학년 때인 1998년 아버지를 따라 연습장에 갔다가 골프에 입문했다.

박세리가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그 해 골프에 뛰어든 '세리 키즈'인 셈이다.

인라인스케이트 테니스 등 스포츠를 좋아했던 그는 골프클럽을 몇 번 휘둘러 본 뒤 바로 골프의 매력에 빠졌다.

서문여중 3학년 때는 전국대회를 휩쓸며 이름을 떨치기도 했다.

대원외고 시절에는 국가대표 상비군(2002년),국가대표(2004년)를 지낸 뒤 국내 무대를 거치지 않고 2005년 바로 퓨처스(2부)투어를 통해 미국 LPGA투어 카드를 따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다.

그를 따라다닌 수식어는 늘 '무명' '반짝 선두' '뒷심 부족'이었다.

번번이 우승 문턱에서 미끄러졌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대회에서는 더 오기가 생겼다.

유선영은 호불호(好不好)가 명확한 '똑 부러지는' 성격이다.

남을 돕는 일에 앞장서기 때문에 동료들의 신임도 두텁다.

유선영은 그동안 우승이 없었던 탓에 메인 스폰서를 구하지 못했다.

"첫 승 부담을 털어낸 만큼 앞으로는 즐기면서 라운드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모든 일이 잘 풀리지 않을까요. "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