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누나가 왔구먼유."

인왕시장에서 순대국을 먹던 40대 남성이 한명숙 후보에게 이렇게 인사말을 건넸다. 서대문구 인왕시장에서 한 후보를 만난 구민들은 "먹고 살기 힘들어 죽겠다","시장 안을 기웃거리는 사람은 많아도 사질 않는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우천 속에서도 한 후보는 1분 1초를 아끼기 위해 시장 안을 뛰어다니다시피 했다.

한 후보의 24일 일정은 천막에서 시작됐다. 이명박 대통령의 천안함 관련 긴급담화문 발표를 비판하며 '한명숙의 시민광장 10일 행동'에 돌입한 것.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행렬이 고스란히 한 후보 천막으로 줄줄이 방문해 새벽 2시께 양해를 구하고 시민들과의 만남을 중단할 정도였다. 아침 7시까지 밤새 천막을 지킨 한 후보는 마포구 월세 아파트에 들러 잠시 눈을 붙였다. 쪽잠을 잔 한 후보는 녹색 블라우스에 감색 바지정장 차림으로 국회 정론관을 찾았다. 이어 한 후보는 이내 운동화로 갈아신고 빠듯한 오후 일정을 소화했다. 은평구 연신내역,서대문구 인왕시장,마포구 아현전철역에 이어 오후 7시부터는 명동역에서 '10일 시민광장'의 일환으로 시민들과 만남을 가졌다.

한 후보를 만난 시민들의 표정은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인왕시장에서 40년째 젓갈 가판대를 운영 중인 김순자씨(68)는 "쓸 데 없이 길 많이 내는 데 세금 쓸 게 아니라 돈이 없어 공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써야 한다"고 조언했고 야채 가판대 주인인 박진국씨(54)는 "뽑아준 다음에 제대로 하는 정치인이 어디 있느냐"며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인왕시장을 돌면서 한 후보는 족발 · 부침개 등을 파는 가판대에서 호박전을 대접받았고 원조국수집에는 다음에 국수 먹으러 오겠다고 약속했다. 원일한복집에 둘러앉아있던 50대 아주머니들에게서 "허튼 데 돈 쓰면 안된다"는 주문을 받은 한 후보는 "알뜰하게 살림살이 제대로 하겠다"고 답했다. 가판 상인에게서 1만원어치 옥수수를 샀고 한 여고생의 요청에 사진을 찍기도 했다.

민지혜/허문찬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