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네 엘리베이터
주행거리 긴
굿이어 타이어…
장점 부각 시키고
호기심 자극하라
핀란드 에스포시에 본사를 둔 코네는 세계 4대 엘리베이터 업체로 꼽힌다. 100년 전통의 이 회사는 연간 3만5000여대의 엘리베이터를 세계 각지로 수출하면서 지난해 47억유로(약 7조원)의 매출을 올린 다국적 기업이다. 코네가 세계적인 업체로 발돋움한 것은 불과 10여년 전이다. 1990년대만 하더라도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렸다. 당시 세계 엘리베이터 시장에서 가격 출혈경쟁이 빚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손실을 감수하고라도 싼 가격에 엘리베이터를 공급하는 데만 몰두했다. 코네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나 이 회사가 1996년 '모노 스페이스'라는 신개념의 엘리베이터를 선보인 뒤 상황은 180도 돌변했다.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상식을 깨고 100% 높은 가격으로 승부
모노 스페이스는 자동화 로봇기술을 적용했기 때문에 기존의 엘리베이터와 달리 기계 제어를 위한 별도의 기관실이 필요 없었다. 이 때문에 유지비용이 20% 감소하고,에너지 효율도 60%까지 절약되는 등 당시로선 혁신적인 신제품이었다.
코네는 시장에 모노 스페이스를 출시하면서 가격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웠다. 기존의 구형 제품은 싼 가격에 내놓은 대신에 모노 스페이스는 기존 가격보다 80~100% 비싼 가격을 제시했다.
소비자들은 높은 금액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비싼 가격 탓에 모노 스페이스의 초반계약은 한동안 부진했다. 코네는 그러나 꾸준히 소비자들을 설득했다. 모노 스페이스가 다른 엘리베이터에 비해 갖고 있는 혁신적인 장점들을 부각시켰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장점을 알게 된 소비자들이 앞다퉈 모노 스페이스를 구입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설치된 기계실 없는 엘리베이터 가운데 절반이 코네의 모노 스페이스다. 이를 토대로 당시 중소 엘리베이터 업체에 불과했던 코네는 세계적인 업체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모노 스페이스의 역(逆)가격 전략은 당시 가격 인하에만 매달리던 경쟁사들까지 관련 기술개발에 뛰어들게 만들었다. 모노 스페이스의 뒤를 잇는 새로운 엘리베이터들이 연이어 출시됐다. 가격 출혈경쟁이 난무하던 엘리베이터 시장의 판도가 바뀐 것이다. 소비자들도 기존 제품보다 비싼 가격을 주더라도 성능이 뛰어난 엘리베이터를 선택하기 시작했다.
◆높은 값에 팔기 위해선 제대로 설명하라
성능이 뛰어나고 혁신적인 제품이라 할지라도 소비자들을 항상 끌어들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제품이 높은 가격을 지불해서라도 구입할 만큼 가치가 있다는 점을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인식시켜야만 한다. 미국 최대 타이어 생산업체인 굿이어의 가격전략이 대표적 사례다.
굿이어는 과거 신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고민에 빠졌었다.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들여가며 개발한 혁신적인 타이어가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했던 것이다. 굿이어는 새로 개발한 타이어가 기존 제품에 비해 얼마나 뛰어난 기술적 특성을 지니고 있는지 소비자들에게 꾸준히 설명했지만,효과는 거의 없었다. 소비자들은 신제품에 매겨진 높은 가격 때문에 기존의 싼 가격 타이어만을 구매했다.
굿이어는 마케팅 전략을 바꿨다. '주행 가능 거리'에 따라 타이어 가격을 달리 매긴다는 사실을 소비자들에게 주지시킨 것이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소비자들은 비싼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주행가능 거리가 긴 타이어를 선택하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에게 제품이 갖고 있는 장점을 단순화해서 설명한 굿이어의 전략이 제대로 들어맞은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천연화장품 회사인 버츠비도 프리미엄 가격 전략으로 성공한 사례다. 버츠비는 2000년대 초반에 자사의 샴푸,입술용 크림 등의 천연화장품에 대해 기존 일반 화장품 대비 80~100% 비싼 가격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샴푸,크림 등은 대량판매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이란 점에서 이 같은 비싼 프리미엄은 당시엔 충격적인 발상이었다.
버츠비는 높은 가격이 제시된 천연화장품이 친환경 제품이란 점을 특별히 강조했다. 버츠비는 소비자들에게 사회적으로 책임감 있는 기업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자 했다. 이 시도는 적중했다. 버츠비의 기업가치는 2003년부터 2007년까지 4배 상승했으며,매출도 매년 30% 이상 급성장하고 있다.
◆'가격의 차별화'로 '가격'과 승부한다
소비자들이 상품을 선택할 때 고려하는 최우선적인 요소는 '가격'이다. 마케팅에선 가격을 두 가지 개념으로 분석한다. 먼저 가격은 소비자들이 해당 상품을 구입했을 때 포기해야 하는 기회비용을 의미한다. 다른 측면은 물론 제공하는 상품의 가치를 뜻한다.
소비자들은 상품을 구입할 때 얻게 되는 만족이 기회비용이나 상품 가치를 넘어선다고 판단할 때 해당 상품을 구입하게 된다. 소비자들이 무작정 싼 가격만을 찾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기업들은 상품 가치를 소비자들에게 이해시키고 설득했을 때 소비자들의 구매의사결정을 변화시킬 수 있는 셈이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는 5월호에서 '소비자들의 가격 집착을 멈추게 하는 방법'이라는 제목으로 기업들이 가격을 책정할 때 고려해야 하는 4가지 전략을 소개했다. 이 전략은 ①장점을 부각시킬 수 있는 가격구조를 이용하라 ②호기심 자극을 위해 의도적으로 비싼 가격을 책정하라 ③가격분할을 이용하라 ④개인적 안정을 위해 동일 가격을 제시하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HBR는 가격에 머물러 있는 소비자들의 시선을 변화시키기 위한 가장 최선의 수단은 결국 가격 그 자체라고 분석했다. 소비자들이 상품을 선택할 때 제일 먼저 고려하는 요소가 가격인 만큼,가격구조의 변화를 통해 소비자들의 구매행동이 변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업종을 막론하고 가격 낮추기 경쟁에 주력하는 많은 기업들이 새겨볼 만한 대목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