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20일 밤까지 매우 중요한 이벤트가 예정되어 있었다. 상원에서 1930년대 이래 가장 포괄적인 금융 규제 법안에 관한 최종 투표 진행이 그 것. 물론 로비스트의 강력한 노력으로 민주당에서만 2표의 이탈표가 나오는 바람에 일단 금융개혁안 토론 종결이 부결된 상태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각종 파생상품은 물론 상업 은행의 투기성 자산 보유와 투자가 제한되게 된다. 이는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석유 등 상품 시장에 투자된 돈을 모두 회수해야 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은행 자본은 어떻게 해서든지 이 법안의 통과를 저지하고자 막대한 돈을 들여 로비스트들을 고용하여 전방위적인 압박해왔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법안 통과를 감안해 상업은행들이 투자자산을 회수하기 위해 각기 보유하고 있던 상품이나 투자 계정을 신경질적으로 매도해오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상품시장은 이들의 청산매물로 인해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다. 청산매물이 집중되면서 심지어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세계에서 가장 싼 석유가 될 정도다. 지금까지 WTI는 비교적 탈황 비용이 적게 드는 중질유였기 때문에 가격이 비싼 유종에 속했다. 그러나 각종 인덱스물에 편입된 대표적인 자산이라는 이유로 매물이 집중되면서 지금은 중동산 두바이유나 북해산 브랜트유보다 싸다. 심지어는 비슷한 유종으로 거의 같은 가격대를 형성해 온 루이지애나 경질유와 비교해도 배럴당 8달러나 싼 편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의구심이 드는 부분은 '은행권이 화가 난 것 마냥 처분하는 것이 과연 진심일까?'라는 점이다. 사실 금융회사들이 이렇게까지 흥분하면서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매도할 하등의 이유는 없다. 우선 법안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유예 기간 없이 매도하라고 할 매정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설령 그럴지언정 지금까지의 경험상 은행권에서는 얼마든지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20여 년 전 상업은행의 투기성 자산을 제한하는 법안이 통과됐을 때에도 은행들의 투자 자산 변화는 크지 않았다. 이는 투기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과거에도 투기성 거래를 헤징 거래로 위장해 꾸준히 거래해 왔고,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해석이 어렵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묵인되어 왔다. 내가 보유한 자산을 헤징한다는데, 과연 어느 누가 뭐라 왈가왈부할 수 있느냐는 말이다. 브라질 국채에 투자하고 이를 헤징하기 위해 달러화에 롱 포지션을 구축하고자 할 때 그것이 적법하지 않다고 방해할 근거가 있을까? 보유 채권의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헤징하기 위해 상품을 편입하는 것을 투기성 거래라고 단정지을 수 없을 것이다. 이렇듯 이해할 수 없는 은행권의 과민반응으로 인해 이익을 보는 쪽이 있으니, 그건 다름아닌 미국. 지금 세상의 돈이 온통 달러화로 모이고 있다. 투자자산으로 석유나 니켈, 구리 등 상품이 있긴 하나, 이들마저 미국의 은행자본 규제법으로 인해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던 포지션이 매도로 청산되면서 가격위험이 커지고 있다. 그리고 사방에서 화폐가 발행되어 유통되고 있으나 경기가 안 좋아 마땅히 투자할 곳도 없는 데다, 유로존의 재정 위기로 채권을 원하는 구매자들의 관심이 미국 국채로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 자본의 무차별 매도를 이해할 수 없지만, 결국 유로화의 위기와 美 금융 개혁으로 인해 미국 국채가 어부지리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