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여성들이 출산과 육아의 고비를 넘지 못하고 직장을 그만둔다. 아이를 키운 후 직장으로 복귀할 계획이지만 장기간의'경력 단절' 때문에 직장복귀가 생각처럼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다둥이 엄마인 김광선씨(37 · 사진)도 직장에서 퇴직하고 8년 동안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낸 경력단절 여성이다. 김씨는 "다시 일을 하고 싶다는 의지와 전문영역을 살린 결과 취업에 성공해 제2의 인생을 사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세 아이의 엄마인 김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2002년까지 10년 동안 IT(정보기술)기업의 경리회계직으로 일했지만 둘째를 임신하면서 직장을 그만뒀다. 김씨는 2년 정도 아이를 키운 후 다시 취업하려 했지만 셋째를 임신하면서 8년 동안 전업주부로 살았다.

이후 첫째인 민정(14)이가 중학교,둘째 건희(8)가 초등학교에 각각 진학하고 막내 원희가 5살이 되면서 '엄마 손'을 덜 타게 되자 김씨는 취업을 떠올렸다. 김씨는 "전업주부로 지내는 동안 사람들과도 자연스레 멀어지면서 사회와도 단절되는 느낌이 들었다"며 "세 자녀를 키우는 데 생활비 부담도 커 다시 취업문을 두드리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우선 지인의 소개로 서울 하계동의 북구여성센터를 찾아갔고 그곳에서 6개월간 화훼장식사 수업을 받았다. 김씨는 "경리회계 쪽이 전문이었지만 8년 동안 쉬었기 때문에 다시 펜을 잡기가 두려웠다"며 "때문에 주부들이 쉽게 할 수 있는 화훼장식사를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는 수업만 듣고 취업을 하지 않았다. 힘을 쓰는 일이 많고 기대치만큼의 급여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전문영역을 살려야 재미도 있고 급여도 기대하는 만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다시 경리회계 관련 책을 펴고 공부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찾은 곳은 서울시의 주부인턴십 프로그램이었다. 이곳에서 김씨는 지난 1일 현미경 부속품을 만드는 회사인 라이브셀 인스트루먼트사에 경리회계직으로 취업했다. 김씨는 "회계법도 바뀌고 전산화되는 등 8년 동안 많은 것이 변한데다 젊은 동료들과 어울리는 것도 낯설어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요즘 김씨는 후배 여성직원들에게 조언을 해주고 있다. "다둥이 엄마다 보니 직원들 가운데 임신 중이거나 어린 자녀를 둔 이들이 육아에 대해 많이 물어본다"며 "아이들을 키우면서 터득한 노하우를 알려주니 어느새 육아상담사 역할도 하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재취업에 이어 막내가 초등학교에 진학하면 학사학위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김씨는 "많은 경력 단절 여성들이 나이 때문에 재취업을 망설인다"며 "엄마이지만 동시에 한 사람의 사회구성원이라는 생각을 갖고 하고 싶은 일에 과감히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과 가정의 양립'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선 보다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셋째가 어린이집에 다니는데 정부가 비용의 3분의 2를 지원해주지만 태권도,영어 등 별도로 돈을 내야 하는 오후 활동에 대한 지원은 없다"며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