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결과가 발표됐음에도 불구하고 증시가 크게 흔들리지 않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시장에서 이에 대해 이미 인지하고 있었고, 시일이 상당히 지난 사안이기 때문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20일 민.군 합동조사단은 북한에서 제조한 고성능폭약 250㎏ 규모의 어뢰가 천안함을 공격해 침몰했다고 발표했다. 발표 이후에도 코스피 지수는 비교적 선방하고 있는 상황이다. 발표 이후 다소 하락폭을 늘리며 장중 1620선을 위협하기는 했으나 저점 낙폭이 0.58%에 불과했다.

이날 지수는 독일의 주식 및 채권의 공매도금지 조치에 따른 유럽과 미국 증시 하락 여파로 하락세로 장을 출발한 후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오전 11시8분 현재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3.50포인트(-0.21%) 내린 1626.58을 기록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표로 불거진 지정학적 위험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데 보다 무게를 두고 있다. 정부 측에서 사태 진원지가 북한임을 암시하면서 시장에서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던 사항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그동안은 대북 리스크가 불거질 때마다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증시가 흔들림을 보였으나 이번에는 그 전과 달리 큰 충격을 받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날 코스피 지수 하락 폭이 다른 아시아 국가 증시와 비교해도 특별히 크지 않다"며 "시장에서 북한의 소행임을 대부분 인지하고 있었고, 이후 우리나라 정부의 군사적 대응이 나타날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금단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천안함 침몰원인이 발표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고, 이 가운데 그 영향력이 희석된 상황"이라며 "한국 기업과 증시가 세계 경기와의 관계성이 보다 높아지면서 지정학적 리스크는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0.72% 하락하며 오전 장을 마감했고, 오전 11시8분 기준 대만 가권지수는 0.23% 하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 시점에서 증시에 보다 영향력이 큰 사안은 남유럽발 재정위기 문제라고 짚었다. 외국인들의 위험자산 기피 현상이 심화되면서 한국 주식 매도 공세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황 애널리스트는 "남유럽발 재정위기 사안이 처음에는 해당지역 금융시장의 신용위험 문제에서 시작했으나 이후 경기 위축 우려로 번지고 있다"며 "단기 관점에서 외국인 매도세가 수급상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어 사태 해결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임동락 한양증권 애널리스트는 "유로화 약세 지속과 함께 PIGS(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 국가들의 재정긴축 강화에 따른 세계 경기둔화 우려가 팽배해진가운데 주식형펀드 신규자금 유입은 제한적이고 연기금 역시 안전판 역할 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외국인 귀환이 절실한 수급여건에서 지금과 같이 매수 주체 공백이 지속되는 한 의미있는 지수 상승은 여의치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