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진행한 '국가 석유 비축 프로젝트'의 마지막 사업인 울산 석유 비축기지가 19일 완공됐다. 이로써 한국의 석유 비축 능력은 1억3960만배럴에서 1억4600만배럴로 확대됐다. 이는 국내 소비량의 158일치에 해당하는 물량으로 미국(142일치) 일본(151일치) 독일(116일치) 프랑스(97일치) 등 주요 선진국을 능가한다.

지식경제부와 한국석유공사는 이날 울산 비축기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정 · 재계 관계자 6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준공식을 개최했다. 이번 석유기지는 지하 저장시설이며 비축 능력은 650만배럴이다.

한국은 1970년대 오일쇼크를 겪으면서 석유 비축에 본격 나섰다. 1980년부터 3차에 걸친 비축 계획을 통해 비축 시설과 물량을 키웠다. 비축 능력은 1980년에 비해 현재 471배로 커졌고 실제 비축 물량은 28만배럴에서 1억2075만배럴로 431배 확대됐다.

경제적 효과도 상당하다. 원유 비축에 쓰인 금액은 2조6367억원인 반면 비축한 원유의 현재 가치는 7조8492억원으로 평가차익이 5조2125억원에 달한다. 비축 원유 구입 시점에 비해 국제 유가가 큰 폭으로 뛰었기 때문이다. 또 산유국 석유를 대신 보관하거나 비축 원유의 일부를 석유시장에서 사고 팔아 차익을 남기는 등의 방법으로 얻은 수익은 지난해 1674억원,최근 10년(1999~2009년)간 6804억원에 이른다. 특히 30년간의 비축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총 2조4600억원의 예산이 투입돼 211만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발생했다.

정부가 지금까지 비축유를 국내 시장에 내보낸 것은 모두 세 번이다. 1990년 8월~1991년 11월 걸프전 때 494만배럴,2005년 9~10월 미국에서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가 생겼을 때 292만배럴,2005년 12월~2006년 3월 등유 가격 급등 때 98만배럴을 방출했다.

정부는 석유 비축 프로젝트가 완료됨에 따라 현재 추진 중인 '동북아 오일 허브'사업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 사업은 한국을 동북아시아 석유 물류의 중심으로 키우기 위해 울산과 여수에 상업용 석유 저장시설을 건설해 2012년부터 운영하는 것이 핵심이다. 울산지역 사업 규모는 2789만배럴로 여수지역(890만배럴)보다 3배 이상 크다.

이 대통령은 이날 축사에서 "울산 석유 비축기지 준공으로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안보를 확립했다"며 "앞으로 상업용 석유 저장시설 구축이 완료되면 울산은 동북아 석유 거래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석유 비축기지는 울산 여수를 포함해 구리 용인 평택 서산 동해 곡성 거제 등 총 9곳이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