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2008년 봄 영업점 관리인력 부족으로 비상이 걸렸다. 외부 영입 혹은 내부 승진만으로 매장을 맡길 유능한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빌 사이몬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조직을 이끌고 작전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초급 장교들을 뽑아 쓰자고 제안했다. 그들만큼 탁월한 리더십 자원이 없다고 판단했다. 소매 업무는 멘토를 붙여 교육시키기로 했다.

이 계획에 따라 월마트는 그해 8월까지 막 전역한 150명의 초급장교를 고용했다. 초급장교 출신 채용에 만족한 월마트는 곧이어 10월에 모든 사업부문에서 전투지휘 경험이 있는 초급장교를 뽑기 위해 육군 준장 출신인 게리 프로피트씨를 영입했다.

포천지는 최근호에서 'GI 잡스'라는 잡지를 인용,군인 우호적인 기업(Military Friendly Employer)이 2003년 10개 정도였다면 올해는 100개가 될 정도라고 보도했다.

'제너럴 일렉트릭(GE)''홈 디포''로웨스''스테이트 팜''AT&T''뱅크오브아메리카(BOA)''머크' 등 대기업들이 특히 군대 리더십을 조직에 확산시키기 위해 위관급 장교 출신들을 적극적으로 뽑고 있다.

펩시코에서 진행하는 리더십 개발 프로그램 참여자 25명 중 7명이 초급장교 출신들이다. 7명 중 한 명인 도노반 캠벨씨는 "전쟁을 치러보면 잘못과 실수가 곳곳에서 드러나기 때문에 사람이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 최전선에서 전쟁 경험이 있는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의 장교가 특히 선호된다.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 작전을 주도한 데이비드 페트러스 장군은 포천지에 "삶과 죽음의 문턱에서 40명의 부대원을 이끌어본 경험이 있는 22,23세의 젊은이들을 어디서 찾아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GE오일앤드가스의 스티브 멈 프로젝트 매니저는 50명의 직원을 이끌고 흑해에서 예정된 유정 시추작업 전에 필요한 안전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그는 미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 출신이다. 이라크에서는 폭탄 테러 피해를 줄이기 위해 바리케이드 시스템을 만들었고 반란군들이 폭발하지 않은 대포를 이용해 폭발물을 만든다는 것을 간파하고 수거한 무기들을 폭발처리했다. 이런 조치들은 상부 지시에 따른 게 아니라 전적으로 자신의 판단에 의해 이뤄진 것이다.

GE는 그동안 군사학교와 유대를 강화해 왔다. 웨스트포인트의 리더십 프로그램을 자사 연수원인 크로톤빌에 도입했다. 제프 이멜트 GE 최고경영자(CEO)는 "군대 리더십은 모호함(ambiguity)에 대한 대응 능력이 탁월한 게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미 군대에서 리더십 교육을 실시하면서 자각 능력(self awareness)과 적응력(adaptability)을 키워준 덕분이다. 전쟁에서 그런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사실이 검증됐다.

군대 리더십 교육은 미래의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위험을 포용하는 법을 가르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전쟁 경험이 있는 초급장교들의 인기는 앞으로 더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