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연구개발(R&D) 사업의 틀을 바꿨다고 평가받고 있는 '21세기 프론티어사업'이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프론티어사업은 기술개발 및 이전,상용화에 이르는 국가 R&D의 전 단계를 총체적으로 지원하는 국가 프로젝트다. 2000년 첫 발을 내디딘 이후 최근 4개 사업단이 성공적으로 사업을 종료했다.

한국경제신문은 최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본사에서 남궁 덕 과학벤처중기부장 사회로 '프론티어사업의 성과와 향후 과제'를 주제로 좌담회를 가졌다. 좌담회에는 이조원 테라급나노소자개발단장,정혁 자생식물이용기술개발단장,송지용 프론티어사업지원센터장,안두현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미래연구팀장,현재호 테크노베이션파트너스 대표 등이 참석했다.

▲사회=사업단의 성과는 어떤지요.

▲이조원 단장=사업단 출범 당시는 메모리반도체 용량이 기가(Giga)급이었다. 여기서 '1000배만 성능을 올려 세상을 바꿔보자'라는 개념에서 출발했다. 2006년 삼성전자가 발표한 40나노 32기가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CTF(Charge Trap Flash) 핵심기초기술을 우리가 개발해 넘겼다. 기존 플로팅게이트메모리의 간섭현상을 막을 수 있는 새 패러다임을 만든 것이다. 국가가 기초연구를 하고 기업에 기술을 넘겨 세계적으로 성공시킨 모범사례다. 아직까지 이 부분은 전 세계가 우리를 따라오고 있다.

▲정혁 단장=약초 등 식물로부터 나오는 기능성 소재를 식의약품이나 산업용 소재로 전환하는 기술이 주 성과다. 전통과 첨단 생명공학을 접목한 것이다. 아토피에 효과가 있는 기술을 미국 일본 등 기업에 기술이전했고 관절염 개선효능이 있는 유니베스틴케이를 상품화해 138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특허출원과 등록은 각각 626건,260건에 달한다.

▲사회=다른 R&D 사업과 차별화된 특별한 노하우가 있었나.

▲이 단장=처음부터 기업을 최우선으로 두고 끊임없이 R&D 성과에 대해 피드백을 했다. 대학들이 특허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마인드를 바꿔놨다고 자평한다. 연구단이 컨설턴트,코디네이터처럼 관리능력을 강화한 게 주효했다.

▲사회=16개 프론티어사업단이 30조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했다고 하는데.

▲안두현 팀장=기술이전 계약이 체결된 것만 따져서 산출했다. 간접효과를 감안하면 오히려 그보다 많은 80조원이 될 것이다. 20조원가량이 테라급나노소자개발단에서 발생했고 나머지는 15개 사업단에서 나왔다. 주인 없는 사업이 아니라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구조로 갔기 때문에 막대한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했다. 프론티어사업 성과는 기초기술의 국격을 한 단계 높였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사회=사업종료 후 사후관리도 하나.

▲송지용 센터장=5년 동안 추적 관리를 한다. 기술이전 회사가 상용화를 실제로 했는지,했다면 매출이 얼마나 되고 사회 경제적 효과는 어떤지 정량적으로 분석한다. 이 통계가 과학기술 행정에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회=캠퍼스 창업 등 연구와 연계된 자발적 창업이 죽어있는데.

▲현재호 대표=리스크 보장이 되지 않아서다. 지금은 기업이 연구사업에 베팅을 할까 말까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프론티어사업 같은 프로젝트를 대폭 확대해 연구현장에서 참여주체를 모두 묶고 거기서 산출물에 대해 끝까지 책임지게 하는 구조로 가야 한다.

▲정 단장=반대로 연구비를 따기 위해 참여기업을 억지로 데려와 엉터리 부설연구소를 만들고 펀드를 유치하는 편법도 횡행한다. 이런 걸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정비도 시급하다.

▲사회=국내 기업들의 생산기술은 최고 수준인데 기초기술은 아직 아니라는 평가다.

▲이 단장=물론 차세대 먹거리는 기초기술에서 나온다. 하지만 차세대 먹거리는 대형과제로 추진돼야 하고 이는 결국 국가가 나서지 않으면 안된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전 세계적인 추세도 마찬가지다. 국가와 기업,연구소가 혼연일체로 돌아가야 10년,20년 뒤에 살아남을 수 있다.

정리=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