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여명이나 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경제인이 한꺼번에 한국을 방문한 것은 처음입니다. "

17일 '한-남아공 비즈 포럼'이 열린 서울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행사를 주관한 KOTRA 측은 들뜬 분위기였다. 이날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남아공 경제사절단과 함께 일시 귀국한 강영수 KOTRA 요하네스버그 코리아비즈니스센터장은 "남아공 측 대규모 경제사절단의 올해 첫 방문지가 아시아,그것도 중국이나 일본이 아닌 한국이라는 사실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당초 남아공 경제사절단은 중국이나 러시아를 먼저 방문하는 방안을 고려했지만 막판에 '한국행'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강 센터장은 "남아공이 올 하반기께 시작할 원전 프로젝트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원전 건설 능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려는 의도가 크다는 것이다.

원전뿐 아니라 포괄적인 경제 협력도 관심이다. 오성근 KOTRA 통상정보본부장은 "남아공은 아프리카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차지하는 '아프리카의 맹주'"라며 "한국과 남아공이 협력할 수 있는 분야가 많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는 엘리자베스 디퓨오 피터스 남아공 에너지부 장관의 '투자 유치' 연설과 함께 시작됐다. 피터스 장관은 "원전 외에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과 협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남아공 사절단이 한국의 경제 발전 경험을 배우고 싶어했기 때문이란 게 KOTRA 측 설명이다. 피터스 장관은 연설이 끝난 뒤에도 끝까지 남아 자리를 지켰다.

한국 기업들의 관심도 높았다. 포럼에 참석한 한 중소기업 대표는 "남아공에서 액정표시장치(LCD) 산업에 투자하고 싶은데 어떤 혜택이 있는지,투자조건은 어떤지 알아보기 위해 참석했다"고 말했다.

포럼이 끝난 뒤 피터스 에너지부 장관을 비롯한 남아공 경제사절단 일부는 한국전력을 방문했다. 남아공 정부 관계자는 "전력 산업이 발전한 한국에 관심이 많다"고 밝혔다. 다른 경제사절단은 한국 기업과 1 대 1 상담을 진행했다.

남아공 경제사절단은 특히 에너지 인프라와 신 · 재생 에너지 분야에서 한국 정부와 기업의 참여를 희망했다. 남아공은 현재 전력 공급의 대부분을 석탄 화력 발전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온실가스 감축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원자력과 신 · 재생 에너지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피터스 장관은 전력 공급과 관련,"비용을 최소화하면서 효율을 증대시킬 필요가 있다"며 "한국의 과거 경험에서 많은 교훈을 얻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국 기업과의 합작 가능성은 활짝 열어놨다. 합작투자,컨소시엄,신설회사 설립 등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에너지 분야 외에 광물자원과 제조업 분야 전반에서도 협력을 희망했다.

이번에 방한한 경제사절단은 남아공 집권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 내 '진보적 비즈니스포럼(progressive business forum) 소속이다. 이 포럼은 7000여명의 경제인이 참여하고 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 특별취재팀=장진모 정치부 차장(팀장), 임원기 산업부 기자, 이상은 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