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국내 주식을 쓸어담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규모 순매도로 돌아섰다. 외환시장에서는 환율이 추가 상승할 것이라는 심리가 형성되면서 수출업체들의 달러 매도 물량이 자취를 감췄다. 유럽 재정위기의 여파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시장에 급속히 확산됐다.

17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4.12포인트(2.6%) 하락한 1651.51로 장을 마쳤다. 이날 지수는 미국 주가가 하락했다는 소식에 27.06포인트(1.6%) 내린 1669.97로 출발한 뒤 하락세를 지속해 120일 이동평균선(1663) 아래로 밀렸다. 장중에는 일본의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는 미확인 루머까지 나돌았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날 거래소에서 7639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주간 단위로 살펴보면 5월 첫째주 2조2380억원,둘째주 8645억원에 이은 3주째 순매도 행진이다. 지난달 말까지 11조600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던 외국인이 유럽 재정위기를 계기로 순매도로 돌아섰다.

외국인이 사면 오르고,외국인이 팔면 내리는 것이 그간 국내 주가의 일반적인 패턴이었다는 점에서 외국인의 순매도 전환은 주가 하락의 시작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외환시장에서는 수출업체들이 달러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환율의 중장기 하락세는 꺾이지 않았다는 것이 외환시장의 대체적인 분위기였다. 이 때문에 환율이 전날보다 20원 이상 급등하면 어김없이 수출업체들의 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서 급등세가 진정됐다. 환율이 상승한 틈에 달러를 팔려는 기업들이 많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날은 수출업체들의 매도 물량이 지난주보다 줄어들면서 장 내내 환율 상승세가 지속, 지난주 금요일보다 23원30전 오른 1153원80전에 거래를 마쳤다. 수출업체들이 당분간 환율 상승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더 이상 달러를 팔지 않고 있다고 시장 관계자들은 전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져 전세계 외환시장에서 달러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지난 7일 기록했던 장중 고점인 1169원50전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채권시장에서는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 인상 우려로 채권가격이 하락(금리 상승)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주 금요일과 같은 연 3.78%,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02%포인트 상승한 연 4.5%에 거래가 마감됐다. 채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의 순매수가 지속되고 있어 시장 흐름이 급격히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승호/서정환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