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식 경영' 배우기 열풍] (6) X선 촬영장비·전자현미경 개발 등 日 근대화 기수로
교토시청에서 북동쪽으로 5분 정도 걸어가면 '시마즈 창업 기념 자료관'이 있다. 1975년 시마즈제작소가 창립 100주년을 기념해 지은 건물이다. 시마즈 겐조 1세가 최초로 창업한 자리에 들어선 이 건물에는 창업 이후 만들어진 제품 중 기념비적인 제품과 문헌 600여점이 전시돼 있다.

이 자료관은 2007년 11월 일본 경제산업성으로부터 '근대화 산업유산'으로 지정됐다. 시마즈제작소가 일본의 산업화에 크게 기여한 점을 국가가 인정한 것이다.

전시물을 들여다 보면 시마즈제작소의 기술력과 기술개발 의지를 느낄 수 있다. 전시된 제품 중 가장 오래된 제품은 대학이나 연구소에 납품됐던 이화학 실험장비들이다. 불교 용품 판매상 출신인 시마즈 겐조1세는 개화기 과학 입국의 뜻을 품고 각종 교육용 기자재 사업에 뛰어들었다. 교토부가 근대화 · 산업화를 위해 초청한 독일인 와그너 박사의 지도 아래 100가지 이상의 실험장비들을 생산했다.

산업기기 전시관에선 이 회사의 초기 주력제품들이 눈에 띈다. 대표적인 게 대형 X선 촬영장비들이다. 일본 1호 제품이 남아있지는 않지만 1910년대 이후 생산된 X선 촬영장비들이 진열돼 있다.

1910년대 발매된 선풍기도 있다. 성능은 뛰어나지만 많이 팔리지 않았던 제품이다. 고급스럽게 비싼 옻칠을 한 탓에 가격 경쟁력이 뒤졌다고 한다. 요시다 이사는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장삿속은 그리 밝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1940년대 일본 최초로 만든 전자현미경도 눈에 띈다. 1950년대 세계최초로 생산된 광전자식 분광 광도계도 있다. 1956년엔 식품과 약품 분석에 필요한 가스크로마토그라프를 일본 최초로 선보였다.

최신 개발 제품은 진열돼 있지 않지만 이 회사의 기술 개발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의료기기 분야의 신제품 개발은 주목할 만하다. 대표적인 제품이 2003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직접교환방식 FPD(Flat Panel Detector) 탑재 X선 촬영장비다. 화질이 깨끗한데다 입체적인 촬영이 가능, 전 세계 병원으로부터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PET(양전자 단층촬영기)와 CT(컴퓨터 단층촬영기)를 결합한 첨단 PET/CT시스템은 암 뇌신경 및 심장질환의 진단에 이용되고 있다.

교토=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