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모두 주목해 주세요. 자,자 주목~~!"

"우리가 중학교 물리시간 때 배웠던 벡터를 기억하실 겁니다. 벡터가 뭡니까? 공간에서 힘이 주어질 때,크기와 방향의 물리량을 말하죠. 이는 과학의 기초개념으로서 매우 중요한 것임을 우리는 어릴 때 배웠습니다. "

으잉? 웬 뜬금없는 소리.벡터? 음~그렇지.물리 선생님이 벡터를 가르칠 때마다 엄지와 검지,중지를 이용해 힘의 크기와 방향에 대해 설명하셨지….근데,그게 왜? 모두가 의아해하고 궁금해하던 차에 평소 존경하는 좌중의 최고참 선배가 일어선 채 벡터를 설명하면서 건배사를 제의했다.

"여러분! 제가 벡터를 굳이 꺼낸 이유는 그 개념이 매우 기초적이고 힘 크기 방향 등 3이라는 정립(鼎立) 즉,완전의 수라는 것과 물리적 작용이 그와 같다라는 점 등 때문입니다. 조금 어렵나요? 크하하하…." 늘 우렁찬 목소리로 좌중을 압도하는 일흔 살 선배님의 모습이다.

"자,그럼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현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우리나라에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의사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사소통이 원활할 때,운수대통의 크기와 만사형통의 방향이 결정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벡터의 개념은 오늘 제 얘기의 중요한 인자(因子)인 것입니다. 여러분! 제가 우리와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의사소통! 만사형통! 운수대통!을 선창하면,여러분은 통통통!하며 잔을 부딪쳐 주십쇼!"

좌중은 순간 짧은 탄성과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고 나는 무릎을 쳤다. 정말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이 '의사소통'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을 열고 솔직하게 대화할 때 오해와 갈등은 풀어지고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된다.

요즘 술자리에서 화합을 위한 재미있는 3,4행시 건배사들이 많이 오고간다. 오징어는 '오래도록 징그럽게 어울려 삽시다'라고 하고 변사또는 '변치 말고 사랑하며 또 봅시다'라고 한단다. 이렇듯 우리가 술자리에서 건배사로 함께,같이를 강조하고 오랫동안 보고 또 보자고 확인하려 드는 이유는 뭘까? 평상시 소통부족에서 오는 불안,허전함 같은 것은 아닐까?

몇 해 전 알랭 드 보통의 '불안(anxiety)'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사람이 그토록 다양한 불안 속에서 사는구나 하고 느낀 적이 있다. 상대적 빈곤과 박탈감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소통의 부족에서 오는 현상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세 가지를 잘한다. 잘 웃고 잘 듣고 잘 진다. 마음의 문을 열고 소통하면 이뤄지지 않을 일이 없을 것이다. 오늘도 통통통,내일도 통통통.언제나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우리 모두를 위해 통통통을 외쳐본다.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 pyok@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