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베네수엘라가 자국 화폐인 볼리바르화를 지키기 위한 전쟁에 나섰다.암시장에서 거래되는 볼리바르화의 가치가 급속히 떨어지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베네수엘라는 고정환율제를 채택하고 있어 달러당 4.3볼리바르로 환율이 고정돼 있으나 최근 암시장에선 그 두배인 달러당 8.2볼리바르에 거래되고 있다.

AP통신은 16일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TV와 라디오 연설에서 “환(換)투기세력은 반드시 벌을 받아야만 하는 도둑”이라며 “환투기를 막기 위해 불법적인 거래를 원천 차단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그는 지지자들에게 “환투기 용의자들을 내 트위터에 신고해 달라”고 덧붙였다.

볼리바르화의 가치 하락은 생필품 등의 상품 가격의 상승을 불러오고 있다.볼리바르화 대비 달러 가치가 높아짐에 따라 수입상품 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이다.베네수엘라 중앙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물가 상승률은 전월대비 5.2%에 달했다.베네수엘라는 매년 물가 상승률이 30.4%에 이를 정도로 남미 지역에서 가장 높은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정부는 이같은 인플레이션이 암시장에서의 환투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통제에 나선 것이다.지난해 베네수엘라 암시장 규모는 280억달러에 육박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차베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베네수엘라 정부는 환투기 세력에 대한 본격적인 검거에 나섰다.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주부터 정부당국은 암시장의 환거래소를 압수 수색했으며,한 남성이 불법 환거래 혐의로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정부는 또 인터넷에서 환거래를 하는 주요 웹사이트들을 강제로 폐쇄하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같은 정부의 강압적인 조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카라카스 소재 한 연구재단의 애널리스트인 아스두르발 올리베로는 “정부의 이번 조치는 환율 시장을 왜곡하게 될 것”이라며 “볼리바르화 가치 하락의 진짜 이유는 환율 및 채권 시장에 대한 정부의 불확실한 정책 때문”이라고 비판했다.올초 정부가 경제에 활력을 준다는 명목하에 볼리바르화 환율을 달러당 2.15볼리바르에서 4.3볼리바르로 50% 평가절하하는 조치를 취하는 등 환율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