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W·SW 경계가 사라진다…글로벌 IT 거인들 '영역없는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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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와 결별 SAPㆍ팜 인수한 HP…'킬러제품' 시대 넘어 플랫폼 경쟁
애플 417억弗·MS 397억弗 등…축적한 실탄 대형 M&A 예고
애플 417억弗·MS 397억弗 등…축적한 실탄 대형 M&A 예고
"규모의 전쟁(stack war)이 발발했다. 오라클 SAP 마이크로소프트(MS) IBM 등 모든 정보기술(IT) 강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
글로벌 IT 기업들간 인수 · 합병(M&A)을 바라보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시각이다. FT의 표현대로 세계적 IT 강자들은 그동안 축적한 실탄을 바탕으로 공격적 M&A에 나섰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이를 지켜보는 국내 IT기업들의 속내는 편치 않다. 한국이 주도해온 휴대폰 시장에 애플과 구글이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것처럼 글로벌 IT기업들의 무한 영토확장이 새로운 기회이자 위협요인이 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속도 내는 글로벌 IT강자들의 영토확장
불과 1~2년 전까지만 해도 협력 관계를 맺었던 글로벌 IT 강자들은 M&A를 통해 상대 영역을 넘보고 있다. 인접 영역으로 영토를 넓혀가며 서버에서 휴대전화까지,운영체제에서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까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넘나드는 '토털 IT 서비스' 업체로 거듭나고 있다. '수평계열화' '수직계열화' '규모의 경제' 등이 글로벌 IT 기업들이 추구하는 전략으로 꼽히고 있다.
세계 최대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인 독일 SAP가 지난주 미국 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DBMS) 업체 사이베이스를 58억달러에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SAP가 사이베이스 인수를 계기로 DBMS 분야에서 협력관계를 맺어온 오라클 IBM MS 등과 결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맞서 IBM도 M&A에 돈을 쏟아붓겠다고 선언했다. 샘 팔미사노 IBM 회장은 SAP의 사이베이스 인수가 알려진 지난 13일 2015년까지 200억달러(22조6000억원)를 투입해 기업 사냥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IBM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컴퓨터 서비스인 '클라우드컴퓨팅' 관련 업체들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휴렛팩커드(HP)는 지난달 스마트폰 업체 팜을 12억달러에 인수,휴대폰 태블릿PC 분야에 진출키로 했다. 지난해엔 네트워크 장비업체 쓰리콤(3Com)도 27억달러에 거머쥐었다. 서버와 개인용 컴퓨터(PC)에 강점을 가진 HP는 2년 새 M&A를 통해 서버-네트워크 장비-PC-스마트폰으로 이어지는 하드웨어 제품군과 이들을 소프트웨어로 통합해 서비스하는 데까지 영역을 넓혔다.
◆기술변화 · 경쟁격화가 M&A 이끌어
IT 강자들의 M&A 행진은 어디서든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는 디지털 디바이스가 확산되고 고도의 네트워크가 구축되는 기술적 변화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앤드루 바텔 포레스터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과의 인터뷰에서 "소프트웨어들이 점차 PC 등에 저장되지 않고 데이터센터에서 인터넷을 경유해 휴대전화 노트북 등 각종 디지털 디바이스로 서비스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제 각각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원활하게 통합한 '시스템'의 경쟁력이 중요해졌다는 얘기다.
IT 기업들의 이런 기술적 변화는 '내부화'를 통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자체적으로 조달하는 편이 더 유리한 상황을 낳고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HP가 태블릿PC를 개발하다 결국 팜을 인수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HP는 원래 인텔의 '아톰' 프로세서 칩과 MS의 '윈도 7'운영체계(OS)를 탑재한 태블릿PC '슬레이트'를 개발하다 결국 포기했다. 대신 리눅스 기반의 OS '허리케인'을 새로 개발해 태블릿PC에 탑재하기로 했다. HP의 자체 OS 개발에는 팜의 기술진이 깊숙이 관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애플은 아이패드와 아이폰 신형 모델의 핵심 칩 프로세서 설계를 위해 지난해 PA세미를 인수했다. 구글도 지난달 PA세미 출신들이 세운 칩 설계 업체 애그니럭스를 인수했다.
커지는 가격 인하 압력도 M&A 증가의 배경으로 꼽힌다. 포천은 "미국 기업들이 IT 장비와 서비스 구매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기 시작하면서 대형 업체들에 유리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본격적으로 '실탄' 쓴다
글로벌 IT업체들의 거침없는 M&A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들 기업에 현금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경제전문매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417억달러를 갖고 있는 애플을 비롯해 MS(397억달러),시스코시스템즈(391억달러),구글(265억달러) 등이 많은 현금을 갖고 있다. 퀄컴(182억달러) 오라클(175억달러) 인텔(163억달러) IBM(140억달러) 델(118억달러) 인텔(109억달러) 등도 '실탄'이 넉넉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
글로벌 IT 기업들간 인수 · 합병(M&A)을 바라보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시각이다. FT의 표현대로 세계적 IT 강자들은 그동안 축적한 실탄을 바탕으로 공격적 M&A에 나섰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이를 지켜보는 국내 IT기업들의 속내는 편치 않다. 한국이 주도해온 휴대폰 시장에 애플과 구글이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것처럼 글로벌 IT기업들의 무한 영토확장이 새로운 기회이자 위협요인이 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속도 내는 글로벌 IT강자들의 영토확장
불과 1~2년 전까지만 해도 협력 관계를 맺었던 글로벌 IT 강자들은 M&A를 통해 상대 영역을 넘보고 있다. 인접 영역으로 영토를 넓혀가며 서버에서 휴대전화까지,운영체제에서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까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넘나드는 '토털 IT 서비스' 업체로 거듭나고 있다. '수평계열화' '수직계열화' '규모의 경제' 등이 글로벌 IT 기업들이 추구하는 전략으로 꼽히고 있다.
세계 최대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인 독일 SAP가 지난주 미국 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DBMS) 업체 사이베이스를 58억달러에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SAP가 사이베이스 인수를 계기로 DBMS 분야에서 협력관계를 맺어온 오라클 IBM MS 등과 결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맞서 IBM도 M&A에 돈을 쏟아붓겠다고 선언했다. 샘 팔미사노 IBM 회장은 SAP의 사이베이스 인수가 알려진 지난 13일 2015년까지 200억달러(22조6000억원)를 투입해 기업 사냥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IBM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컴퓨터 서비스인 '클라우드컴퓨팅' 관련 업체들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휴렛팩커드(HP)는 지난달 스마트폰 업체 팜을 12억달러에 인수,휴대폰 태블릿PC 분야에 진출키로 했다. 지난해엔 네트워크 장비업체 쓰리콤(3Com)도 27억달러에 거머쥐었다. 서버와 개인용 컴퓨터(PC)에 강점을 가진 HP는 2년 새 M&A를 통해 서버-네트워크 장비-PC-스마트폰으로 이어지는 하드웨어 제품군과 이들을 소프트웨어로 통합해 서비스하는 데까지 영역을 넓혔다.
◆기술변화 · 경쟁격화가 M&A 이끌어
IT 강자들의 M&A 행진은 어디서든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는 디지털 디바이스가 확산되고 고도의 네트워크가 구축되는 기술적 변화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앤드루 바텔 포레스터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과의 인터뷰에서 "소프트웨어들이 점차 PC 등에 저장되지 않고 데이터센터에서 인터넷을 경유해 휴대전화 노트북 등 각종 디지털 디바이스로 서비스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제 각각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원활하게 통합한 '시스템'의 경쟁력이 중요해졌다는 얘기다.
IT 기업들의 이런 기술적 변화는 '내부화'를 통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자체적으로 조달하는 편이 더 유리한 상황을 낳고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HP가 태블릿PC를 개발하다 결국 팜을 인수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HP는 원래 인텔의 '아톰' 프로세서 칩과 MS의 '윈도 7'운영체계(OS)를 탑재한 태블릿PC '슬레이트'를 개발하다 결국 포기했다. 대신 리눅스 기반의 OS '허리케인'을 새로 개발해 태블릿PC에 탑재하기로 했다. HP의 자체 OS 개발에는 팜의 기술진이 깊숙이 관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애플은 아이패드와 아이폰 신형 모델의 핵심 칩 프로세서 설계를 위해 지난해 PA세미를 인수했다. 구글도 지난달 PA세미 출신들이 세운 칩 설계 업체 애그니럭스를 인수했다.
커지는 가격 인하 압력도 M&A 증가의 배경으로 꼽힌다. 포천은 "미국 기업들이 IT 장비와 서비스 구매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기 시작하면서 대형 업체들에 유리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본격적으로 '실탄' 쓴다
글로벌 IT업체들의 거침없는 M&A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들 기업에 현금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경제전문매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417억달러를 갖고 있는 애플을 비롯해 MS(397억달러),시스코시스템즈(391억달러),구글(265억달러) 등이 많은 현금을 갖고 있다. 퀄컴(182억달러) 오라클(175억달러) 인텔(163억달러) IBM(140억달러) 델(118억달러) 인텔(109억달러) 등도 '실탄'이 넉넉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