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의 2대 주주인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최근 쌍용차 주식을 계속 내다 팔고 있다. 특이한 점은 대량 매도가 아니라 거의 매일 조금씩 처분한다는 점이다. 하루 10만주를 넘지 않도록 조절하는 느낌을 준다. 상하이차의 '이상 행보'는 이달부터 시작된 쌍용차의 국제 매각절차와 맞물려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쌍용차의 전(前) 대주주인 상하이차는 지난달 말부터 12 거래일 동안 총 8차례에 걸쳐 쌍용차 주식을 팔았다. 지난달 26일 총 10만주를 주당 1만3148원에 매도한 데 이어 다음 날인 27일 7만2360주를 처분했다. 같은 달 28일엔 두 차례에 걸쳐 5만주와 2만1670주를 팔았고,29일엔 단 8주만을 매도하기도 했다. 상하이차는 이달에도 10일부터 사흘 연속으로 총 29만5627주를 처분했다.

이에 따라 상하이차의 쌍용차에 대한 지분율이 계속 감소하고 있다. 당초 11.44%에 달했던 상하이차의 지분율은 현재 9.95%까지 낮아진 상태다. 상하이차가 분산 매각한 주식은 주로 개인투자자들이 매수했다.

쌍용차 주가는 상하이차의 주식 매도시점부터 하락세다. 상하이차는 지난달 26일 쌍용차 주식을 주당 1만3148원에 팔았는데,이달 12일엔 1만1611원에 처분했다. 그동안 총 53만9665주의 쌍용차 주식을 매도, 66억4144만원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상하이차는 쌍용차 주식을 이런 방식으로 '찔끔찔끔' 내다 파는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 상하이차의 법률자문을 맡고 있는 율촌 관계자는 "상하이차 측에서 주식을 팔면 공시를 내달라는 얘기만 했을 뿐,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며 "주식 매도를 계속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모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더 이상 지분을 계속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 아니겠느냐"면서도 "하지만 처분하는 방식이 좀 치졸하다는 느낌이 든다"고 꼬집었다.

업계도 쌍용차 경영권을 상실한 상하이차가 주가가 더 떨어지기 전에 최대한 현금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상하이차는 작년 말과 올 1월 감자를 거쳐 최대주주 지위를 산업은행 등 채권단(지분율 70.6%)에 넘겨줬다. 어차피 경영권을 되찾을 가능성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다만 상하이차가 갖고 있는 쌍용차 주식이 400만주 안팎에 달해 한꺼번에 장내에서 처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올 들어 쌍용차 주식의 하루 거래량이 10만~20만주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 하반기 쌍용차에 대한 매각 절차가 마무리되면 유상증자 과정을 거쳐 상하이차 지분이 또 다시 절반으로 줄게 돼 있다"며 "쌍용차에서 더 얻을 게 없는 만큼 조금이라도 더 챙겨 떠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하이차가 주식을 매도하기 시작한 시점도 논란거리다. 지난달 26일은 한국경제신문이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쌍용차 인수전에 참여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하며 하루 거래량이 50만주에 달했던 날이다.

상하이차는 이날부터 4일 연속 총 24만여주를 팔아치웠다. 쌍용차 주가는 이날 주식시장에서 전날보다 200원(1.75%) 내린 1만1250원에 마감됐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