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멕시코만의 원유시추선 폭발 사고에 따른 대량 기름 유출과 연관된 기업들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어 가관이다.

미 상원 에너지 · 천연자원위원회는 11일 영국계 석유회사인 BP와 스위스업체인 트랜스오션,시추 관련 장비 및 서비스 공급업체인 미국 핼리버튼의 최고경영자(CEO)들을 출석시켜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를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하지만 이들은 '네탓' 공방을 벌이면서 책임을 회피하는 데 급급했다.

BP아메리카의 라마 매케이 회장은 "만일의 사태에 작동하도록 돼 있는 안전장치의 결함으로 인해 원유 유출을 막지 못했다"면서 "우리가 굴착장치를 소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시추작업 안전에 관한 책임은 트랜스오션에 있다"고 주장했다.

매케이 회장은 석유 시추시설인 '딥 워터 호라이즌'이 화염에 휩싸였을 당시 126명의 직원들이 시설 내에 있었으나 BP 측 관계자는 7명에 불과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트랜스오션 측의 스티븐 뉴먼 CEO는 사고의 책임이 BP 측에 있다고 맞불을 놨다.

뉴먼 CEO는 "연안의 오일 및 가스 생산 프로젝트의 시작과 끝은 작업 주체인 BP가 맡는다"고 반박했다. 핼리버튼의 팀 프로버트 CEO도 자신들은 BP의 시추 계획에 적시된 절차와 요구사항에 맞춰 작업했을 뿐이라고 책임을 BP에 돌렸다.

증인으로 출석한 원유 시추 관련 경영자들이 이처럼 책임 전가에 나서자 공화당 소속인 리사 머코스키 의원이 나섰다.

그는 "이번 사고는 장차 미국 에너지 정책을 개발하는 데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관여돼 있는 문제"라며 사태의 본질을 파악할 것을 강력히 주문했다.

에너지 · 천연자원위 위원장인 민주당의 제프 빙거먼 의원은 "이번에 발생한 재앙적인 실패를 예상할 수 없었던 사고라고 규정하기 힘들 것 같다"고 언급해 업체들에 책임을 물을 것임을 시사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