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세계 최초의 모자(母子) 대통령이 나왔다. 10일 실시된 필리핀 대통령 선거에서 베니그노 노이노이 아키노 상원의원이 사실상 당선됐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아키노 의원은 1986년 '피플 파워' 혁명을 이끌었던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의 아들이다. 그는 베니그노 니노이 아키노 전 상원의원의 아들이기도 하다.

사실상 개표가 끝난 가운데 아키노 의원이 40% 이상의 표를 얻어 2위인 조지프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을 큰 표 차이로 앞섰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번 선거 결과는 부패하고 무능한 글로리아 아로요 정부에 대한 필리핀 유권자들의 심판으로 풀이된다. 깨끗하고 청렴한 이미지를 내건 아키노 의원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아키노 의원은 선거운동 기간 중 "대통령에 당선되면 아로요 정권의 부정부패에 대한 수사를 빠른 시간 내에 시작하겠다"고 내세워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국제투명성기구(TI)의 부패인식지수 조사에서 필리핀은 매년 하위권을 맴돌 정도로 권력층의 친인척 부패와 스캔들이 만연해 있다. 이번 선거에 나선 다른 후보들과 달리 부패 스캔들이 전혀 없었던 것도 아키노가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다.

개혁을 향한 필리핀 유권자들의 열망으로 아키노 의원이 대통령에 당선되긴 했지만,그의 정치력은 이제부터 시험대에 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키노 의원이 필리핀에 만연한 부정부패의 고리를 차단하느냐가 성공의 가장 큰 관건이라고 전했다. 필리핀의 경제 상황도 아키노 의원이 풀어야 할 숙제다. 블룸버그통신은 "1965년 아시아에서 네 번째로 큰 규모였던 필리핀 경제가 지금은 하위권으로 추락했다"고 보도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따르면 올해 필리핀의 경제성장률은 3.8%로 예상된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