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은 국내 중소 패션업체들엔 그야말로 '꿈의 무대'입니다. 백화점에 입점했다는 것만으로도 취약한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데 엄청난 힘이 되기 때문이죠."

지난 10일 서울 길음동 현대백화점 미아점에서 만난 서영수 앳뮤코리아 대표는 들뜬 표정이었다. 자신이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 여성의류를 동대문 상인이 아닌 백화점 고객들에게 선보이게 됐다는 이유에서다. 톡톡 튀는 디자인 덕분에 앳뮤코리아가 동대문에선 인기를 끌고 있지만,그렇다고 창업한 지 1년여 만에 백화점 무대에 설 수 있으리라곤 생각지도 못한 그였다.

이날 행사는 현대백화점이 실력 있는 국내 중소 패션업체들을 육성하기 위해 마련한 일종의 박람회.초청장을 받은 73개 패션업체들은 무역센터점 미아점 신촌점 중동점 등 4곳에 마련된 특설 전시장에서 13일까지 자신들의 제품을 판매하게 된다. 이 가운데 김영주 휠텍스 등 56개 업체는 현재 일부 현대백화점 점포에 입점한 브랜드이지만,앳뮤코리아 등 17개는 처음 백화점 무대를 밟는 브랜드다.

국내 주요 백화점이 토종 패션 브랜드를 키우기 위해 이런 형태의 박람회를 열기는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현대는 이번 박람회가 단순한 전시성 행사에 그치지 않도록 이번에 처음 백화점 무대에 선 '무명' 브랜드 가운데 고객 선호도가 높은 2~3곳을 선정,오는 8월 문을 여는 일산 킨텍스점에 정식 입점시켜 줄 계획이다. 말하자면 입점업체를 고객들이 판단하는제품경쟁력으로 뽑겠다는 얘기다.

서 대표는 "20여일 전 '4일 동안 일체의 비용 없이 백화점 공간을 내줄 테니 브랜드를 홍보하고 판매할 의향이 있느냐'는 백화점 측의 연락을 받고 '콧대 높은 백화점이 어쩐 일이냐'며 깜짝 놀랐다"며 "막강한 유통파워를 가진 백화점이 지속적으로 토종 패션 브랜드에 기회를 준다면 한국에서도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다른 '동대문 출신'인 김석중 제이브로스 대표도 이번 박람회에 초대됐다. 홍익대 기계공학과 출신인 김 대표는 시쳇말로 패션에 '꽂혀' 2004년부터 동대문 두산타워와 패션 전문 인터넷쇼핑몰(www.jbros.co.kr)을 통해 직접 제작한 옷을 판매하고 있다. 14만명에 달하는 쇼핑몰 회원 대부분은 최소 한벌 이상 제이브로스 의류를 구매한 고객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김 대표는 "알고보면 자라 H&M 등이 주름잡고 있는 패스트패션(유행에 맞춰 신제품을 빠르고 저렴하게 내놓는 패션)의 원조는 동대문"이라며 "브랜드 파워와 유통이 받쳐주면 이른 시일 내 세계적인 패스트패션 브랜드로 커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준호 현대백화점 상품본부 과장은 "국내 중소 패션업체들의 가장 큰 애로 가운데 하나가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알릴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에 착안해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