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 2 지방선거 서울 구청장 후보들의 윤곽이 드러났다. 한나라당은 10일 강남 · 송파 · 도봉구청장 후보 결정을 끝으로 25개 구청장 후보를 확정했다. 민주당은 강남 · 종로 2곳에 대한 공천만 미뤄놓은 상태다.

◆한나라 '현역 물갈이' vs 민주 '심판론'

한나라당은 서울구청장 공천에서 대폭적인 물갈이를 단행했다. 현역 구청장 교체 비율은 62.5%로,2006년 지방선거 때의 38.1%에 비해 훨씬 높았다. 당 소속 구청장 19명 가운데 3선 연임 제한에 걸린 3명(동작 · 용산 · 은평)을 제외한 16명 중 공천을 받은 구청장은 6명(성동 · 성북 · 노원 · 중랑 · 강서 · 구로)뿐이다.

당에서는 지역 주민의 교체 요구에 부응하면서 새로운 구정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구청장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역구 의원과의 불화나 일부 지역의 여성 전략공천을 위해 상당수를 교체한 탓이다. 이를 반영하듯 전직 국회의원 보좌관과 시의원 출신이 7명이나 공천됐다. 민주당은 지난 정권의 청와대 참모 출신 4명을 전략공천했고 당 소속으로는 유일한 이해식 서울 강동구청장을 재공천했다. 관심을 모았던 여성 후보는 한나라당에서만 구혜영(광진) · 이재순(동작) · 신연희(강남) · 박춘희 후보(송파) 등 4명이 확정됐다.

◆공천 탈락 현 구청장 무더기 출마

공천을 받지 못한 현직 구청장들의 잇따른 무소속 출마가 이번 선거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정송학 광진구청장을 비롯해 추재엽 양천,김형수 영등포,최선길 도봉,한인수 금천,맹정주 강남구청장 등 6명이 출마를 선언했거나 준비 중이다. 이처럼 현역 구청장들이 연이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고 나섬에 따라 해당 지역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후보들은 여권 지지층 분열을 우려하고 있다. 반대로 야당 후보들은 여권 분열에 따른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한나라당을 탈당,민주당에 입당한 정동일 중구청장도 공천을 받지 못하자 무소속 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판세는 아직 오리무중

정치권에서는 예측불허의 대혼전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판세의 변수인 천안함 사건의 여진과 세종시 및 4대강 논란,여야 서울시장 후보의 큰 대결 등 다양한 변수들이 막판에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6년 지방선거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이 25개 구청장을 석권했던 것과 같은 '싹쓸이'는 재연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 전망이다. 민주당은 서울시의 '전시 · 낭비 행정'과 일부 구청장의 비리에 대한 심판론을 내세우고 구청장 탈환을 위해 총공세를 펼 태세다. 25개 구 가운데 절반 이상을 노리고 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관계자는 "쉽지 않은 선거가 될 텐데 강남권보다 강북에서 더 힘들 것 같다"면서 "적게는 10곳,최대 15곳의 승리를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강남 · 서초 · 송파 · 용산구를 안정권으로 보고 있고 현역 구청장을 재공천한 노원 · 중랑 · 구로 · 성동구도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반면 민주당은 한나라당 출신 구청장이 비리나 불법행위에 연루된 관악 · 서대문 · 동대문구에서 승리를 자신하면서 성북 · 강북 · 도봉 · 은평 · 금천 · 동작구를 우세 지역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준혁/민지혜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