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으로 '짝퉁 천국'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중국에서는 회계사도 못 믿는다? 홍콩 증권선물거래위원회(SFC)가 중국 본토의 회계감사 방침에 반발하고 나섰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0일 중국 정부가 중국의 회계사 및 회계법인에 홍콩에 상장된 중국 본토 기업들의 회계감사를 허용하기로 하자 홍콩 증권업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회계사나 회계법인이 국제기준에 맞는 회계처리를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홍콩 관련업계가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규정에선 중국 재정부와 증권관리감독위원회의 허가를 받아야 홍콩 증시에 상장된 기업의 회계감사를 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홍콩과 상하이 증시에 동시 상장된 57개 기업은 중국 본토와 홍콩 등 두 곳의 기준에 따라 감사를 준비해야 할 처지가 됐다. 이 조항은 지난 1월부터 시행됐어야 하나 양쪽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아 연기됐었다. 홍콩 증권선물거래위원회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의 회계부정을 조사해야 하는데 관련 조항이 명확하지 않다며 반발하고 있다.

홍콩 증권업계는 회계감사 기준이 홍콩과 중국 본토 회계사 및 회계법인에 모두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회계사들의 교육 차원과 감사의 공정성을 위해서라도 회계업무 메커니즘에 명확하고 일관된 원칙이 있어야 한다는 것.홍콩 공인회계사협회는 자신들이 중국 회계업계와 견줄 만한 권력과 업무 접근권을 갖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홍콩의 한 변호사는 "이번 규정은 주주를 보호하기에 충분치 않다"고 반박했다.

한편 그리스에서 촉발된 전 세계 경기불안 여파로 홍콩 등 아시아 지역의 기업공개(IPO) 시장이 휘청이고 있다고 SCMP가 보도했다. 러시아의 억만장자 기업가 올레그 데리파스카가 이끄는 금속 및 광산업체 SMR는 최근 2억달러 규모의 홍콩 증시 상장을 연기했다. 회사 관계자는 "지금은 적절한 IPO 시기가 아니며 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때까지 좀 더 지켜본 다음 상장할 때를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SMR의 IPO는 올 들어 홍콩 증시에서 최대 규모이며 러시아 기업이 홍콩에서 주식을 발행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IPO를 미룬 것은 SMR뿐만이 아니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 들어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증시에서 172억달러 규모의 기업공개가 줄줄이 보류됐다. 지난주 200억홍콩달러 규모의 상장을 취소한 스와이어 부동산을 비롯해 뉴센추리조선,지티타이어,타라 헬스푸드 등도 이 대열에 합류하고 나섰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