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46)의 책상 위에는 매주 3~4차례씩 임상차트가 올라온다. 삼성서울병원 현대아산병원 등 10개 종합병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104명 임상환자(무릎관절부문)의 무릎 운동성,통증 여부,연골조직의 재생 여부 등을 정밀 체크한 것.연구 · 개발(R&D) 기간을 합쳐 꼬박 10년이 걸린 바이오신약 '카티스템'의 임상일지다.

현재 임상 3상에 들어간 '카티스템'의 실험 결과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은 새로운 개념의 바이오치료제 출시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3상은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전임상과 1,2상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한 후 대상환자를 늘려 혹시 모를 부작용을 추적하는 과정이다.

양 대표는 10일 "신약 투입 후 경과를 지켜보는 의무기간이 내년 1월까지"라며 "무릎관절 분야에서 세계 최초 줄기세포 치료제의 상업화는 이제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카티스템'은 3상 후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허가 절차를 남겨두고 있지만,무릎연골을 재생시켜 주는 이 제품이 세상에 나올 경우 통증 완화와 퇴행속도 지연,인공관절 대체 등에 머물러 있던 관련 시장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꿀 것으로 메디포스트 연구진은 내다보고 있다.

그는 "2005년 임상 1상 허가를 받은 후 만 5년간의 실험으로 유효성과 안전성을 충분히 입증했다"며 "이제 우리에게는 신약이 돈이 되느냐 마느냐의 경제성에 대한 판단만 남겨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메디포스트는 현재 국내에 줄기세포 치료제 생산공장을 완공한 데 이어 해외시장 진출도 차근차근 준비 중이다. 다국적 제약사 몇 군데와 여러 방식의 업무제휴를 추진하는 한편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시장에서는 전임상을 끝내고 이달 중 미국식품의약청(FDA)에 임상시험 1 · 2상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2000년 6월 삼성서울병원 의사 가운을 벗어던지고 사업가로 변신한 양 대표는 "메디포스트의 주력사업인 제대혈 보관사업이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한 데 이어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을 위한 위한 기술적 실마리를 제공하면서 상승 작용을 한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카티스템'의 상업화를 앞두고 있다지만,메디포스트나 양 대표에게 불확실성이 완전히 걷힌 것은 아니다. 제대혈 외 새 수익원을 찾지 못하면 10년간의 연구성과가 '말짱 도루묵'이 될 수도 있고,위험분산 등 차원에서 후속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도 계속 발굴해야 한다.

양 대표는 "'카티스템' 외에 국내외에서 임상이 진행 중인 바이오 파이프라인만 5개"라며 "이들 파이프라인을 데우고 가동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데,최고경영자로서 이러한 현금 확보는 항상 고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류가 풀지 못한 난치병 치료의 열쇠는 이제 바이오가 쥐고 있고,그만큼 성장 잠재력이 크다"며 "하지만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모두 싸잡아 의심하는 바람에 국내 바이오산업이 위축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조그만 바이오기업인 메디포스트가 조만간 이를 입증,국내 바이오산업에 생기를 불어넣겠다"고 덧붙였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