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는 인체조직을 담고 노폐물을 배설하고 숨쉬며 사람의 첫인상까지 대변해주는 하나의 장기죠.중증 화상치료에 필수적인 게 인공피부인데 사람의 피부와 똑같이 기능하려면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

한국경제신문은 최근 서울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3회 한림-웁살라 국제학술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벵트 예르딘 스웨덴 웁살라대 화상센터 교수와 장영철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화상센터 교수의 좌담회를 개최했다. 두 교수는 좌담회에서 화상치료와 인공피부 개발의 최신 국제 동향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았다. 이들은 성형외과 전문의로서 각기 몸담은 화상센터를 자국 내 최고수준으로 이끌며 이번 심포지엄의 주제인 재생의학과 조직공학 분야에도 선도적인 연구 결과를 내놓고 있다.

▼장영철 교수=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연간 20만~30만명의 화상환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4세 이하의 소아 화상이 심각한데 한국적인 생활환경 탓에 전기밥솥의 수증기나 온수기의 뜨거운 물에 데이거나,젓가락을 전기 소켓에 쑤셔넣다가 전기화상을 입는 경우가 흔합니다. 최근에는 각 가정에 러닝머신이 보급되면서 돌아가는 벨트에 마찰돼 접촉화상을 당하는 경우가 늘었어요. 15세 이하 소아화상을 연령별로 세분하면 4세 이하가 74.4%로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인공진피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가 치료가 3도 이상의 중화상이나 관절 등 특수한 부위 화상에만 적용되고 있어 점차 범위를 넓혀갈 필요가 있습니다.

▼예르딘 교수=소아는 피부가 얇고 위험에 대처하는 속도가 느려 두꺼운 흉터가 잘 생기고 관절 부위에 기능장애를 줄 수 있어요. 흉터는 정신적으로 큰 고통을 주고,기능장애는 사회적 손실이 큽니다. 어린이의 빠른 성장 속도에 맞게 수차례 교정수술을 해줘야 합니다. 스웨덴은 의료보장이 잘 돼 있어 화상에 관한 한 건강보험에서 100% 커버합니다. 화상환자의 신속한 사회 복귀는 국민총생산 증대나 세원 확보에서도 꼭 필요하죠.

▼장 교수=한국에선 일반적으로 화상을 입은 면적에 대한 관심은 크지만 깊이에 대해서는 인식이 부족합니다. 깊은 화상에는 체온보호,감염방지,피부재생촉진 등을 위해 인공진피로 약 2~3주간 덮어줘야 합니다. 그러나 완전한 피부가 되려면 표피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 나중에 환자의 허벅지 등에서 얻은 얇은 표피를 수술로 이식해야죠.현재 쓰이는 인공피부는 실상 인공진피이고 진피와 표피 기능을 갖춘 진정한 인공피부는 개발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입니다.

▼예르딘 교수=인공진피는 말 그대로 피부 두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진피를 보충하는 물질로 미국의 '인테그라', 일본의 '펠낙'과 '테루메디스',독일의 '매트리덤' 등이 있습니다. 주로 소나 돼지로부터 얻은 콜라겐을 원료로 삼는데 대량생산이 가능해 가격을 낮출 수 있으나 감염에 취약하죠.또 사체의 피부에서 얻은 진피를 동결 건조하고 면역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처리해 만든 '알로덤' 같은 제품도 있는데 인체 친화적이고 감염에 강하지만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고 사체피부를 이용해야 하므로 생산량이 제한적입니다. 하지만 그 어떤 제품도 사람의 피부만한 기능을 가진 것은 없습니다.

▼장 교수=가장 최근에 나온 독일의 매트리덤 제품은 개발에만 수십억달러가 들어갔죠.기존 제품은 인공진피로 덮은 후 두 차례의 피부이식이 필요하지만 매트리덤은 한 차례만 이식해도 된다고 합니다. 인공진피는 구성물질의 분자간 교차결합,세포지지체 속의 공극,체내 분해도 등이 적정하고 독성 없이 안전해야 하는데 간단해 보여도 한층 혁신된 제품을 개발하려면 엄청난 투자와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한림대에서도 전욱 교수가 콜라겐 세포지지체를 기존 수세미 구조에서 격자형 구조로 개선함으로써 피부세포의 생착률을 획기적을 높이는 방법을 개발했지만 아직은 갈길이 멀죠.이 밖에 한국에서는 피부재생 줄기세포를 스프레이처럼 분사하거나,생명공학기법으로 생산한 상피세포증식인자(EGF)를 바르는 방법을 쓰고 있지만 효과가 임시방편적이거나 감염에 취약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예르딘 교수=스웨덴에서는 콜라겐 대신 생물공학적 방법으로 생산한 히알우론산을 구성물질로 하는 인공진피를 한창 개발 중인데 상품화에 이르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피부를 구성하는 주된 콜라겐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콜라겐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짐작해봅니다. 미래의 화상치료는 보다 완벽한 인공진피 개발,줄기세포를 이용한 피부재생치료,EGF를 비롯한 섬유아세포증식인자(FGF) · 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VEGF),백혈구증식자극인자(GM-CSF) 등 배양상피세포 치료제의 조합을 통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장 교수=이런 신의료 기술 개발에 대한 기대도 크지만 우선 당장은 한림대나 웁살라대처럼 성형외과 전문의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화상성형 및 기능재건 수술을 하고 물리 · 재활 · 정신과 · 사회복귀치료 등 다면적인 진료체제를 갖추는 게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