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펀드시장의 순자산 규모는 약 350조원(4월 말 기준).이 큰돈을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들은 어떤 펀드를 최고로 평가할까. 한국경제신문이 최근 미래에셋,삼성,한국,신한BNPP,동양,하이,우리,KB 등 8개 대형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 7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1명의 펀드매니저가 '신영마라톤'을,5명이 '한국밸류10년투자'를 가장 투자하고 싶은 펀드로 꼽았다. 범위가 지정되지 않은 무작위 추천 설문이었는데도 이들 펀드에 표가 몰렸다. 두 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인 신영자산운용의 허남권 주식운용본부장과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을 만나 해당 펀드의 운용철학과 특징에 대해 알아봤다.

<편집자 주>

신영자산운용의 '신영마라톤'펀드는 장기 운용 성과가 탁월하다.

KBP펀드평가에 따르면 2002년 4월 설정 이후 누적 수익률은 256.07%(7일 기준)로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83.98%)을 크게 웃돈다.

이 펀드를 8년째 운용하고 있는 허남권 주식운용본부장(47 · 사진)은 "지수의 등락에 관계없이 매년 금리 이상의 수익률을 내는 것이 목표"라며 "저평가 기업이 어려울 때 자금을 공급하고 좋을 때 이익을 향유한다는 원칙을 일관성 있게 유지해 좋은 결과를 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 본부장은 펀드의 가장 중요한 운용 철학에 대해 '단기 시세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것'을 강조했다. 기업 가치가 좋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주가는 반드시 오른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기에 단기 수익률이 떨어졌다고 해도 포트폴리오를 바꾸거나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는 "시장의 움직임을 예측한다는 것은 어렵지만 저평가 좋은 기업을 가려내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며 "인내심을 가지고 시장이 우리의 판단을 확인해줄 때까지 기다렸기에 우수한 운용 성과를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종목에 분산 투자하는 것도 장기 성과를 올려주는 또 하나의 전략이다. '신영마라톤'이 보유하고 있는 종목은 총 110개에 달한다.

일반적인 주식형 펀드가 50~60개 종목을 편입하는 것과 비교해보면 2배 가까이 많다. 분산 투자를 해야 한 종목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충격이 크지 않아 '금리 이상의 수익률'이라는 펀드 운용 목표를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종목을 선정하는 기준에는 몇 가지가 있다. △경기변동에 상관없이 수익 · 현금 흐름이 꾸준한 기업 △유 · 무형 자산가치가 높은 기업 △장기 투자하기에 적절하게 업황이 호전되고 있는 종목 △진입장벽을 확보해 시장점유율이 높은 기업 △배당수익률이 높은 기업이다.

그는 "신세계나 롯데,남양유업 같은 기업들이 선정 기준에 해당하는 종목이었는데 주가 흐름이 매우 답답했지만 결국 기업가치가 주가에 반영돼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던 사람들에게 고수익을 안겨줬다"고 말했다.

종목을 선정하면 발품을 팔아서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허 본부장은 "감사 · 사업보고서를 면밀하게 분석한 다음 기업탐방을 통해 투자 여부를 확정짓는다"며 "신중하게 투자 여부를 결정하기에 한 종목 평균 회전 주기가 3년에 달하며 1년에 10%가량의 종목만 교체한다"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