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1조원 이상 국내 주식을 내다팔면서도 일부 종목은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과 통신,화장품 등 내수주들이다.

수출주에 가려 저평가받아 온 데다 그리스사태 등 외부 충격에 대해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외국인의 매도가 단순히 군중심리에 휩싸인 '던지기'가 아닌 질서정연한 '퇴각'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그리스사태가 국내 증시를 뒤흔들기 시작한 지난 6일 외국인은 NHN을 352억원 순매수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네오위즈게임즈CJ오쇼핑을 각각 6억원,31억원 사들였다. 모두 국내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인터넷 기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창영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전통적으로 환율이나 유가 등 거시경제 변수가 부각될 때도 게임주나 인터넷주는 매출과 실적의 변동폭이 작았다"며 "1분기에 주가가 올랐을 때도 정보기술(IT)과 자동차 관련 대형주에 비해 시장에서 소외받았다가 이번에 재평가를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똑같은 내수주라도 외국인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종목에 주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은 6일 화장품 관련주 가운데 아모레퍼시픽을 20억원 매수했지만 LG생활건강은 37억원어치 팔았다. 이정인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올해 차익 실현 매물이 많이 나왔던 아모레퍼시픽은 주가가 LG생활건강에 비해 저평가돼 있었다"며 "1분기 실적도 시장 기대에 비해 좋게 나오면서 외국인의 매수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위기를 통해 외국인이 투자 포트폴리오를 전반적으로 재조정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팀장은 "외국인이 팔고 있는 IT 자동차 관련주는 경기에 민감한 동시에 그동안 수익이 많이 났던 종목"이라며 "차익 실현을 진행하면서 견조한 실적에도 주가가 많이 오르지 않았던 내수주로 갈아타는 모습이 일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