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리스크' 확산] 유로존의 위기…아시아 '세계경제 주도권' 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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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후 과도한 재정투입이 화근
회복되던 유럽경제 더블딥 우려
아시아는 경기과열이 되레 걱정
회복되던 유럽경제 더블딥 우려
아시아는 경기과열이 되레 걱정
남유럽의 재정위기가 세계 경제의 재편을 촉진시키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더딘 유럽의 회복세는 이번 남유럽 재정위기로 더욱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완만하긴 하지만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 경제도 PIGS(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힘들다는 진단이다.
하지만 빠른 회복세를 구가하고 있는 중국 한국 등 아시아권은 중장기적으로 PIGS의 영향이 낮기 때문에 비(非)아시아권과의 격차를 더욱 벌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위기 입구에선 '공조'
2008년 9월 미국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해 금융시장에 혼란이 발생하고 경기가 곤두박질치자 각국은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다. 위기의 진앙지인 미국은 물론 PIGS 국가들조차 금융시장 안정 및 경기부양 조치를 취했다. 이른바 위기극복을 위한 국제공조였다.
미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지난해 재정지출과 감세를 통해 지출한 돈은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이었다. 중국은 3.1%를 쏟아부었다. 일본의 재정지출 역시 2.4%로 미국보다 더 컸다. 한국도 1.5%에 달했다.
남유럽도 국제공조에 동참했다. 그리스에 이어 국제통화기금(IMF)에 자금지원을 요청해야 할 나라로 지목받고 있는 스페인의 경우 380억유로(497억8000만달러)를 투입했다. 연간 GDP의 2%에 달하는 규모다. 영국(1.4%)이나 독일(1.5%)보다도 더 큰 것이다. 남유럽 국가의 경우 원래 재정이 취약한 상태였지만 경제회생을 위해 취할 수밖에 없는 조치였다.
하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은 예상보다 컸다. GDP 대비 정부부채의 비율이 급등하면서 정부가 채무를 상환하기 힘든 국가로 분류됐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정부부채 비율은 △그리스 115.1% △포르투갈 76.8% △스페인 53.2% △이탈리아 115.8% 등이었으며 GDP 대비 지난해 재정적자 비율은 △그리스 13.6% △포르투갈 9.4% △스페인 11.2% △이탈리아 5.3% 등에 이른다.
◆글로벌 회복속도 천차만별
상황이 나쁜 남유럽까지 공조에 나선 데 힘입어 글로벌 금융시장은 급속도로 안정됐다. 글로벌 주가의 바로미터인 미국 다우존스지수는 한때 6000선까지 밀렸지만 최근 11,000선을 회복하기도 했다. 한국의 코스피지수도 지난해 이미 1700선을 넘어 위기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유럽에서도 주가가 상승하고 채권금리는 하락하는 등 호전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글로벌 실물경제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회복과는 상당히 다른 양상을 보였다. 아시아 국가들은 빠른 회복세를 이어가면서 과열에 대한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중국은 지난해 8.7%의 성장에 이어 올 1분기에도 11.9%(전년 동기 대비)에 이르는 고성장세를 나타냈다. 한국도 지난해 플러스성장(0.2%)에 이어 올 1분기엔 7.8%의 성장률로 '서프라이즈'를 일궈냈다.
미국도 완만하긴 하지만 회복의 기미가 뚜렷하다. 지난해 성장률이 -2.4%였지만 당초 예상보다는 나쁘지 않았고 올해 1분기엔 2.5%(전년 동기 대비)의 플러스 성장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유럽은 남유럽 재정위기에 발목을 잡혀 가장 뒤처지고 있다. '유럽의 기관차'인 독일은 지난해 성장률이 -5.0%에 달했으며 영국 역시 -4.9%에 이르렀다. 그리스는 -2.0%,스페인은 -3.6%로 뒷걸음질쳤다. 실물경기의 바로미터인 실업률을 보면 스페인이 20%에 이르며 그리스도 12%로 미국의 9.7%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유럽중앙은행(ECB)은 6일 기준금리를 동결,1년째 1%를 유지했다.
◆아시아 주도권 완전히 잡을까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는 '아시아의 힘'을 드러낸 행사로 평가받고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ADB 총재는 "그리스의 재정위기가 아시아로 전이될 위험은 매우 낮다"고 평가했다. 이번 총회에서 이목이 집중된 것은 아시아경제의 재하강 위험이 아니라 중국의 세 번째 지급준비율 인상이었다.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아시아 경제의 회복세가 꺾일 위험은 남유럽 재정위기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번지는 경우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최근 아시아 각국의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은 이 같은 위험을 완전 배제할 수는 없다는 평가에 따른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유럽이 유로존을 유지하기 위해 지원을 할 수밖에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로 아시아권에 대한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 상무는 "세계경제의 주도권이 미국이나 유럽에서 아시아로 옮겨오는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국의 출구전략(위기 때 취한 각종 정책의 정상화)이 미국이나 유럽 국가에 비해선 상당히 빠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출구전략 국제공조는 각종 정상화 정책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자는 것이지 같은 시점에 취하자는 것이 아니다"며 "한국이 유럽은 물론 미국보다 출구전략을 늦게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
하지만 빠른 회복세를 구가하고 있는 중국 한국 등 아시아권은 중장기적으로 PIGS의 영향이 낮기 때문에 비(非)아시아권과의 격차를 더욱 벌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위기 입구에선 '공조'
2008년 9월 미국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해 금융시장에 혼란이 발생하고 경기가 곤두박질치자 각국은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다. 위기의 진앙지인 미국은 물론 PIGS 국가들조차 금융시장 안정 및 경기부양 조치를 취했다. 이른바 위기극복을 위한 국제공조였다.
미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지난해 재정지출과 감세를 통해 지출한 돈은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이었다. 중국은 3.1%를 쏟아부었다. 일본의 재정지출 역시 2.4%로 미국보다 더 컸다. 한국도 1.5%에 달했다.
남유럽도 국제공조에 동참했다. 그리스에 이어 국제통화기금(IMF)에 자금지원을 요청해야 할 나라로 지목받고 있는 스페인의 경우 380억유로(497억8000만달러)를 투입했다. 연간 GDP의 2%에 달하는 규모다. 영국(1.4%)이나 독일(1.5%)보다도 더 큰 것이다. 남유럽 국가의 경우 원래 재정이 취약한 상태였지만 경제회생을 위해 취할 수밖에 없는 조치였다.
하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은 예상보다 컸다. GDP 대비 정부부채의 비율이 급등하면서 정부가 채무를 상환하기 힘든 국가로 분류됐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정부부채 비율은 △그리스 115.1% △포르투갈 76.8% △스페인 53.2% △이탈리아 115.8% 등이었으며 GDP 대비 지난해 재정적자 비율은 △그리스 13.6% △포르투갈 9.4% △스페인 11.2% △이탈리아 5.3% 등에 이른다.
◆글로벌 회복속도 천차만별
상황이 나쁜 남유럽까지 공조에 나선 데 힘입어 글로벌 금융시장은 급속도로 안정됐다. 글로벌 주가의 바로미터인 미국 다우존스지수는 한때 6000선까지 밀렸지만 최근 11,000선을 회복하기도 했다. 한국의 코스피지수도 지난해 이미 1700선을 넘어 위기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유럽에서도 주가가 상승하고 채권금리는 하락하는 등 호전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글로벌 실물경제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회복과는 상당히 다른 양상을 보였다. 아시아 국가들은 빠른 회복세를 이어가면서 과열에 대한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중국은 지난해 8.7%의 성장에 이어 올 1분기에도 11.9%(전년 동기 대비)에 이르는 고성장세를 나타냈다. 한국도 지난해 플러스성장(0.2%)에 이어 올 1분기엔 7.8%의 성장률로 '서프라이즈'를 일궈냈다.
미국도 완만하긴 하지만 회복의 기미가 뚜렷하다. 지난해 성장률이 -2.4%였지만 당초 예상보다는 나쁘지 않았고 올해 1분기엔 2.5%(전년 동기 대비)의 플러스 성장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유럽은 남유럽 재정위기에 발목을 잡혀 가장 뒤처지고 있다. '유럽의 기관차'인 독일은 지난해 성장률이 -5.0%에 달했으며 영국 역시 -4.9%에 이르렀다. 그리스는 -2.0%,스페인은 -3.6%로 뒷걸음질쳤다. 실물경기의 바로미터인 실업률을 보면 스페인이 20%에 이르며 그리스도 12%로 미국의 9.7%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유럽중앙은행(ECB)은 6일 기준금리를 동결,1년째 1%를 유지했다.
◆아시아 주도권 완전히 잡을까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는 '아시아의 힘'을 드러낸 행사로 평가받고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ADB 총재는 "그리스의 재정위기가 아시아로 전이될 위험은 매우 낮다"고 평가했다. 이번 총회에서 이목이 집중된 것은 아시아경제의 재하강 위험이 아니라 중국의 세 번째 지급준비율 인상이었다.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아시아 경제의 회복세가 꺾일 위험은 남유럽 재정위기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번지는 경우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최근 아시아 각국의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은 이 같은 위험을 완전 배제할 수는 없다는 평가에 따른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유럽이 유로존을 유지하기 위해 지원을 할 수밖에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로 아시아권에 대한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 상무는 "세계경제의 주도권이 미국이나 유럽에서 아시아로 옮겨오는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국의 출구전략(위기 때 취한 각종 정책의 정상화)이 미국이나 유럽 국가에 비해선 상당히 빠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출구전략 국제공조는 각종 정상화 정책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자는 것이지 같은 시점에 취하자는 것이 아니다"며 "한국이 유럽은 물론 미국보다 출구전략을 늦게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