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충남 논산에 있는 세실의 '천적곤충 생산시설'.500㎡(150평) 남짓한 비닐하우스에 들어서자 연녹색의 담배나무가 빼곡하다. 이곳은 담뱃잎을 갉아먹는 해충인 '온실가루이'의 천적 '온실가루이좀벌'을 양산하는 공장.온실가루이 알에 자기 알을 기생시키는 온실가루이좀벌의 특성에 착안해 대량 생산을 한다. 이 비닐하우스 한 동(棟)에서 한달에 얻는 온실가루이좀벌은 수천만마리.커피잔 하나(100㎖)에 온실가루이좀벌 번데기 1만개를 담아 팔면 6만원을 받는다. 이 회사는 29개 비닐하우스에서 진딧물 · 담배가루이 · 응애 등 해충의 천적곤충인 무당벌레 · 황온좀벌 · 긴털이리응애 등 30종을 매달 수천만마리씩 생산하고 있다. 김헌기 세실 사장은 "곤충산업의 묘미는 초기 투자비용만 빼면 기하급수적인 번식이 가능해 수익창출력이 뛰어나다는 점"이라며 "지난해에만 50%의 순이익률을 올렸다"고 전했다.

'곤충산업'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사업분야도 애완용,사료용에 이어 아이들 학습용,수정용,방제용(천적곤충),이벤트용 등까지 갈수록 확대되는 추세다. 국립농업과학원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곤충산업(애완용,수정용,방제용) 시장규모는 지난해 1100억원에서 2015년 3400억원으로 3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수년 내에 곤충을 활용한 사료용 및 약용 시장이 형성되면 시장규모는 1조원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황금알 낳는 곤충산업

최근 가장 빠르게 시장규모를 키우는 분야는 천적곤충 분야.웰빙 · 친환경 트렌드에 맞춰 농약 대신 곤충을 활용,해충을 막는 친환경농법이 확산되면서 시설원예농가 등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현재 국내 시설원예 농가에서 천적곤충 활용도는 7% 정도.활용도가 97%에 달하는 네덜란드에 크게 못미친다.

하지만 성장가능성은 크다. 국내 시장의 90%가량을 차지하는 세실은 2007년 매출 135억원에서 올해는 24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실은 또 작년 스페인 · 영국 · 벨기에 등에 8억원어치를 수출하기도 했다. 2위 업체인 나비스도 2008년 매출 41억원에서 지난해 59억원으로 30% 넘게 성장했다. 김 사장은 "천적곤충 분야 1위인 네덜란드 코퍼트(Koppert)가 20년 동안 34종의 천적을 개발했는데 우리는 2001년 사업에 뛰어든지 8년 만에 30종으로 세계 3위에 올라섰다"고 설명했다.

천적곤충 산업의 성장 가능성은 곤충의 '무한 번식력'을 빼닮았다. 알맞은 환경만 제공하면 스스로 번식한다. 예컨대 비닐하우스 한 동에서 생산할 수 있는 무당벌레는 수백만마리로 100마리를 500g용기에 담으면 4만원을 받는다. '잎굴파리'의 천적인 '굴파리좀벌'은 250마리를 100㎖용기에 담아 4만5000원에 판매한다. 김 사장은 "현재 3000억원에 달하는 살충용 합성농약 시장의 절반인 1500억원 정도가 2015년이면 천적곤충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한확장하는 사업영역

천적곤충 외에 애완용, 약용, 사료용 곤충시장도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현재 장수풍뎅이 · 사슴벌레 · 왕귀뚜라미 등 애완용,교육용 곤충시장 규모는 400억원 수준에서 2015년까지 1000억원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화분매개용 곤충(뒤영벌 등 시설원예나 과수농가에서 꽃가루를 옮기기 위해 쓰는 곤충)시장규모도 현재 110억원 정도에서 2015년 300억원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세실의 천적곤충 생산공장 바로 옆.과실수 등의 꽃가루를 옮기는 수정용 벌 양산공장이 있다. 여기에선 토종꿀벌인 호박벌과 함께 수정용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서양뒤영벌'을 양산 중이다. 서양뒤영벌 가격은 1봉분(여왕벌 1마리와 일벌 50~70마리가 든 상자)당 8만원.이 회사는 작년 한 해에만 국내 토마토,딸기,수박 농가에 2만봉분을 팔았다. 최영철 국립농업과학원 박사는 "일본에선 애완용 사슴벌레 시장규모만 2조원에 달하고, 미국에서도 먹이용 귀뚜라미만 한해 1500억원 넘게 팔리고 있다"며 "곤충산업은 130만종에 달하는 지상 최대 미개발 자원으로 무한한 시장 창출이 가능한 분야"라고 설명했다.

최근 정부가 곤충산업 육성을 위한 법안을 마련하면서 업계의 기대감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안상호 곤충농장벅스팜 대표는 "이전까지는 곤충산업을 관할하는 정부 부처도 없고 지원법안도 없어 소규모 농가들이 중구난방으로 사육해왔다"며 "이번 법안을 통해 기업형 곤충업체들이 많이 생겨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명/논산=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