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함께] 잘나가는 CEO들이 이른 새벽 강남에 집결하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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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경제인클럽' 지식융합 통해 신제품 개발 성과도
지난달 30일 아침 6시50분. 무척 이른 시간인데도 서울 서초동 한국벤처투자 지하주차장에 다양한 승용차들이 줄줄이 들어섰다. 이곳 지하주차장에 들어서는 사람들은 뜻밖에도 모두가 최고경영자(CEO)들이었다. 누가 보더라도 낯익은 얼굴들.이른바 한국에서 '잘나가는 기업인'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었다.
먼저 중소기업 모태펀드 운용기관인 한국벤처투자의 김형기 대표가 차에서 내렸고,글로벌CEO클럽 회장인 오석송 메타바이오메드 대표가 뒤를 이었다. 국내 첨단기술 양계업계의 대부인 한재권 회장도 들어섰다.
여성기업인도 있었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부회장이면서 서울 방이동 파코메리빌딩에 있는 명품화장품업체 파코메리 대표인 박형미 회장도 도착했다. 기업인뿐이 아니었다. 백두옥 서울지방중소기업청장도 이 장소에 나타났다. 오전 7시가 되자 이미 30여명의 기업인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이 함께 모인 곳은 한국벤처투자 지하 1층에 있는 원탁회의실. 성장 기업의 CEO들이 이곳에 모인 이유는 주제발표자의 강의를 들은 뒤 서로의 지식을 나누기 위한 것.이 모임의 이름은 '강남경제인포럼'이다. 이 포럼의 정규회원은 50명,조찬회원은 100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2주에 한 번 이른 아침 강남에서 만난다.
이 모임을 주관하는 곳은 지식경영원(KMI · 원장 이원모). 전국경제인연합회 도쿄사무소장과 경영자교육본부장 등을 거친 이원모 원장은 기업인들이 지식을 서로 나눌 수 있는 장을 마련하기 위해 이 포럼을 결성했다.
사실 '잘나가는 기업'의 대표들이라면 조금은 느긋하게 아침을 챙겨먹고 출근해도 괜찮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곳에 나온 30여명의 기업인들은 출근하기도 전에 이곳에 나와 샌드위치 한 조각에 우유 한 잔으로 지식 나누기에 바쁘다.
지금까지 CEO와 CEO가 만나면 상대편의 장점을 '벤치마킹'하는 것이 상례였다. 그러나 이제 벤치마킹시대는 지났다. 지식융합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여기에 참석하는 정회원 CEO 가운데 20여명의 기업인들은 '지식나비'라는 별도의 지식융합모임을 결성했다. 이들은 상호 기업방문 및 기술교류를 통해 지식융합과 신제품 개발에 나서기 시작했다고 한다.
특히 일본 중소기업들과도 지식융합을 위해 지난 1월9일부터 31일까지 일본 가고시마현을 방문,가고시마공업구락부 회원기업들과 교류회를 가졌다. 지난달 초에는 일본 가고시마에 있는 니혼유기(JOC)의 가와사키 노부요시 회장 등 일본 기업인들이 서울을 찾아 지식나비 회원들과 기술 및 지식을 교류하기도 했다.
이날 강남경제인포럼에 나타난 CEO들의 성공과정을 들여다보면 왜 이들이 이미 성공을 했음에도 이렇게 지식융합을 위해 의욕을 불태우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날 참석한 박형미 회장은 "스스로 벼랑 끝에 섰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한다면 자신의 발밑에 있는 벼랑은 어느 새 최정상의 자리로 바뀌어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남편의 거듭된 사업 실패로 생계가 막막해지자 18개월 된 딸의 우윳값이라도 벌기 위해 1998년 화장품 회사의 말단 판매사원으로 나선 한국의 어머니였다. 하지만 처음엔 가는 곳마다 갖가지 푸대접과 문전박대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스스로를 벼랑으로 내몰아 하루 4시간만 잠을 자며 강행군을 계속했다.
결국 몇 개월 만에 판매실적 전국 1위를 차지하면서 자신감을 얻어 국내 화장품업계의 큰 별로 떠올랐다. 이미 세계적인 화장품업체로 부상했음에도 그는 이날 새벽같이 일어나 지식융합의 장소로 달려왔던 것이다.
기업인만 부지런한 것이 아니다. 기업인들의 애로사항을 들어주고 정책에 반영하는 백두옥 청장도 열성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이날 참석한 백 청장은 취업 시장의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해 각 대학에 중소기업 CEO 특강을 마련한 공무원이다. 그는 정철흠 야인소프트 대표,최유섭 텔콤 대표 등 성공한 중소기업의 CEO들이 대학교를 방문,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고 중소기업에 대한 생생한 정보를 제공하게 했다. 그는 중소기업을 위해 자문위원 870명과 전문상담위원 19명 등 총 900여명의 전문인력이 참여하는 '중소기업비즈니스지원단'을 결성하기도 했다.
이날 모임을 위해 장소를 제공한 사람은 김형기 대표다. 그는 국내 중소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펀드를 조성하기 위해 해외투자기관까지 끌어들이는 글로벌 벤처캐피털리스트다. 그는 최근 일본계 벤처캐피털인 STBI와 한 · 일 공동 운영 벤처투자펀드 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국내 벤처캐피털과 STBI가 공동으로 운영하게 될 이 벤처투자펀드는 한국과 일본의 의료 환경 에너지 등 분야의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을 주요 투자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날 새벽 포럼에는 김도환 이튼 대표,김상복 제양인더스트리 대표,김종덕 굿윌스 대표,김택호 프리씨이오 회장,박흥석 대명그룹총괄사장,백진환 대주회계법인 대표,이강년 삼정건설 부회장,이영규 웰크론 대표,이종규 롯데햄 고문,장성자 올리브메이트 대표,정주권 페프 대표,홍승국 에버그린엠스티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치구 한국경제 중소기업연구소장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