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는 작년 말 총자산 1위 자리를 우리금융에 내줬다가 지난 3월 말 겨우 되찾았다. 겉으로는 정상을 되찾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내부적으론 여전히 우왕좌왕하는 분위기다.

이를 추스르고 리딩뱅크의 자존심을 되찾아줄 KB금융 회장 선출작업이 시작됐다. 차기 KB금융 회장 선출과정은 신(新)관치금융 논란,은행산업 재편방향 등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잣대라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금융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방선거 이후 회장 선임한다는데…

KB금융 차기 회장은 6 · 2지방선거 이후 결정되게 됐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1차 회의는 오는 5일.2008년과 2009년의 경우 회추위 1차 회의 이후 회장을 선출하는 데 평균 35일 걸렸다. 이를 감안하면 빨라야 6월10일 전후로 회장이 선출될 공산이 크다. 이경재 이사회 의장도 "기본적으로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런 묘한 시점 때문에 금융계에서는 여러 가지 얘기가 나온다. 지방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하는 사람을 위한 '보은인사' 차원에서 일정을 이렇게 짠 것 아니냐는 추측이 대표적이다. 이 의장은 이에 대해 "KB금융 회장 선출과 지방선거가 무슨 관계냐"고 반문해 이런 추측을 일축했지만,금융계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관료 출신 정말 배제될까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해를 만들 이유가 없기 때문에 (KB금융 회장에) 관(官) 출신이 가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관치금융 논란이 있었던 만큼 관료 출신은 곤란하다는 공감대도 확산되고 있다. 신동규 은행연합회장은 "나 자신을 포함해 이번 만큼은 관료 출신이 KB금융 회장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다보니 KB금융 회장 후보로 민간 출신 인사들이 활발히 거론된다.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이화언 전 대구은행장,민유성 산은지주 회장 등이 그들이다. 이덕훈 전 우리은행장과 김진만 전 한빛은행장(현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 등의 이름도 나온다. 이들은 나름대로의 장점이 탁월하다. 하지만 단점도 갖고 있어 결국에는 관료 출신 중 민간 금융회사에서 '경력세탁'을 한 사람이 후보군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누구를 누가 뽑을까

선출과정은 2008,2009년과 별로 다르지 않다. 회추위는 사외이사만으로 구성됐다. 위원장은 이 의장이 아닌 다른 사외이사가 맡을 가능성이 높다. 일부에서는 '공모제'도 거론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게 관계자들의 얘기다.

형식상으로 회추위가 KB금융 회장을 선출하지만 감독당국의 의중이 상당히 중요할 전망이다. 2008년 황영기 전 회장이 선출될 때와 작년 강정원 전 회장이 사퇴할 때도 감독당국의 의중이 변수가 됐다.

문제는 누구를 뽑느냐다. KB금융 내부에서는 위기를 헤쳐나갈 능력을 첫 번째 요건으로 꼽는다. 국민은행 전 · 현직 임원 중 일부는 이미 차기 국민은행장을 노리고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파다해 더욱 그렇다. KB금융 고위 관계자는 "외부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위기를 돌파할 사람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금융팀장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