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 날(8일)과 스승의 날(15일)을 코앞에 두고 카네이션 가격이 한 송이당 5000원까지 치솟고 있다. 연중 최대 성수기를 맞아 수요가 급증한 측면도 있지만 지난 3~4월 일조량 부족으로 출하량이 급감한 탓이다. 벌써부터 생화 대신 조화(造花)를 찾는 이들도 부쩍 늘고 있다.

2일 서울 양재동 화훼공판장에 따르면 카네이션 도매시세(1속=20송이 기준)는 대표 품종인 '그랜드슬램' 대륜(한 줄기에 꽃 한 송이만 달린 것)이 1만146원으로 지난해(6849원)보다 48.1%(3297원) 올랐다. 한 달 전(3797원) 가격에 비해서는 무려 2.6배로 급등했다. 정영민 절화중도매인연합회 회장은 "올해 카네이션 출하량이 지난해의 60~70% 수준"이라며 "보통 4월 초부터 수확이 이뤄지는데 일조량이 턱없이 부족했고 저온현상까지 지속되면서 개화시기가 3주가량 늦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카네이션 가운데 분홍색을 띠는 품종인 '다이아몬드'도 지난해(3040원)보다 53.1%(1615원) 오른 4655원에 거래됐다. 한 줄기에 여러 개의 꽃이 모여있는 품종인 '스프레이'는 4628원으로 일주일 새 1217원(35.7%),지난해(3276원)보다는 1352원(41.3%) 상승했다. 카네이션과 함께 장식으로 쓰이는 안개꽃 역시 5480원으로 작년(2165원)보다 두 배 이상 올랐다. 오수태 양재동 화훼공판장 경매사는 "올 들어 출하량 감소로 3~4월 카네이션 시세가 3000원 안팎으로 예년(2000원대)보다 오르자 화훼농가들이 대목용으로 저장해 놓았던 물량마저 앞당겨 팔아치워 수급불안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네이션 공급이 달리면서 지난달 마지막 주 양재동 화훼공판장을 통해 시중에 공급된 카네이션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인 6만7001속에 그쳤다. 이로 인해 생산농가와 중도매인,화원상인,소매상들의 '눈치보기'가 치열해지고 있다. 샘플만 사가고 대량구매를 늦추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주부터 유통되기 시작한 중국산 카네이션까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산은 도매가 기준으로 1속당 5000~6000원대여서 국산보다 1000~2000원가량 싸다. 오 경매사는 "앞으로 날씨가 따뜻해지더라도 당장 출하량 감소세를 만회하기가 어려운 만큼 이달 말까지는 가격 고공행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처럼 카네이션 값이 급등하면서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센트럴시티 꽃 상가에선 소매가 기준으로 카네이션 한 송이가 5000원,4~5송이짜리 꽃바구니는 2만원에 각각 팔리고 있다. 상가 내 A매장 사장은 "작년만 해도 한 송이에 3000~4000원에 팔았는데 올해는 벌써 가격이 많이 올랐다"며 "날씨 탓에 부모님께 조화나 중국산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게 생겼다고 푸념하는 소비자들도 늘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카네이션 재배 농가들도 한숨짓기는 마찬가지다. 경남 김해의 한 화훼농장 관계자는 "쌀쌀한 기온 탓에 비닐하우스 내부 온도조절용으로 사용하는 면세유 사용이 늘고 가격도 ℓ당 800~900원으로 작년보다 100원 안팎 올라 걱정"이라고 말했다.

최진석/김철수/심성미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