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상하이엑스포 전시장.오전 9시 개장과 동시에 몰려든 수많은 인파가 서울 여의도 3분의 2 넓이의 전시장을 메우기 시작했다. 중국관을 비롯한 여러 참가국 전람관 앞에는 어느 새 긴 줄이 만들어지고 있었지만,전시장 주 도로 옆 대만관의 분위기는 달랐다. "오후 늦게 다시 오라"며 예약표를 나눠주던 관계자는 "대만의 고위인사들은 물론이고 한정 상하이 시장을 비롯한 중국의 지도자들이 잇달아 예방하기 때문에 부득이 늦은 오후부터 일반인 관람을 허용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40년 만에 엑스포에 다시 참가한 대만은 이렇게 중국 지도자들의 환대를 받고 있었다.

엑스포 속의 양안(兩岸 · 중국과 대만)은 뜨겁다. 엑스포 현장의 8만여 직원이 입고 있는 단체복은 대만계 세탁업체인 샹왕이 제공한 것이다. 엑스포조직위원회는 감사의 뜻으로 1000만위안(17억원)어치의 세탁 쿠폰을 샹왕에서 사서 직원들에게 나눠줬다.

'엑스포의 축'으로 불리며 동양과 서양의 국가관을 가로지르는 길이 1㎞의 대형 상가에 위치한 중화미식가(中華美食街)는 캉스푸,이차이이줘,TMSK,양안커피 등 대만의 외식업체가 점령했다. 이차이이줘의 종업원 시예밍씨는 "이번 엑스포를 계기로 중국 내에 좀더 많은 (대만) 매장이 생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만의 선다그룹은 엑스포 공식 스폰서로 참가해 GPS(위성이용위치측정) 시스템을 제공했다.

양안의 밀월은 이것 뿐만이 아니다. 중국관과 엑스포 전시장 주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 선 대만관은 제갈공명의 모자를 형상화해 '공명등'이란 이름을 붙였다. "대만과 중국의 문화적 일체성을 강조한 것 같다. " 대만관을 찾은 천주닝씨(51)의 말이다. 엑스포의 마스코트 하이바오는 대만의 유명한 디자이너 우융젠이 설계한 작품이고,대만의 유명 가수인 우스카이는 주제가를 작곡했다. 상하이엑스포는 '양안 공동 엑스포'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듯했다.

중국 측 지원도 화끈하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29일 저녁 개막식 참석을 위해 상하이를 찾은 롄잔과 우보슝 등 전 대만 국민당 주석과 송추의 친민당 주석 대만 지도자들과 만나 "양안의 중국인들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함께 완성해야 할 역사적 사명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롄잔 전 주석은 "양안 간 경제협력 기본협정(ECFA)을 서둘러 올해 안에 체결하자"고 화답했다.

상하이=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