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중국산 통신장비 수입을 전면 금지키로 해 양국 간 무역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인도 정부는 보안상의 문제를 들어 중국산 통신장비 수입을 사실상 금지시켰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0일 보도했다. 인도 통신부는 "보안에 문제가 있어 중국 제조업체가 만든 통신장비의 조달은 권하지 않는다"며 인도 통신서비스업체들이 요구한 중국산 통신장비 구매안을 승인하지 않았다.

인도는 그동안 중국 파키스탄과 분쟁을 벌이고 있는 국경지대에 설치되는 통신장비에 한해 중국산 제품 사용을 금지해왔다. 중국이 통신장비에 도청 장치 등을 끼워 넣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 중국산 통신장비 수입을 전면 금지한 것은 안보 문제보다는 양국 간 고질적인 무역 불균형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중국은 인도의 최대 수출국이며 올해 예상되는 양국 간 무역 규모는 600억달러나 된다. 그러나 늘어나는 대중 무역적자로 인도 기업들 사이에서는 "값싼 중국산 제품에 밀려 설 자리가 없어졌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인도는 지난해에만 약 160억달러의 대중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인도 정부는 지난해 "중국은 수출업체에 보조금을 줘 자국 기업들이 취약한 인도의 산업을 장악하도록 적극 밀어주고 있다"며 중국산 완구,타이어,철광석 등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기도 했다. WTO에 따르면 1995~2008년 중국을 상대로 한 반덤핑 제소 677건 중 인도가 120건으로 가장 많다.

전문가들은 '브릭스(BRICs ·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경제권으로 묶인 인도가 중국에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고 나선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두부리 수바라오 인도 중앙은행 총재는 "중국의 대인도 수출이 빠르게 증가하는 것은 명백히 환율시스템 차이로 인한 것"이라며 위안화를 절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로 중국 · 인도 간 통상마찰이 고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편 이번 조치로 인도 이동통신업체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인도 이동통신 시장은 최근 월평균 2000만명의 신규 가입자가 생겨나고 있는데 이런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선 대규모 통신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도 정부가 중국산 제품의 유입을 막아버리면서 인도 이동통신업계에 큰 혼란이 우려된다고 FT는 전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