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사 운전'이라고 괄시하지 말라.여성 운전자 1000만명 시대다. 경찰청과 운전면허시험관리단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여성 운전면허 소지자는 한 해 전보다 30만여명 증가한 1000만4926명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면허 소지자 2582만여명의 38.7%에 달하며 여성 총 인구인 2484만여명의 40%에 해당한다. 운전면허 관련 성별 통계를 첫 집계한 1976년 여성 운전자가 1만4587명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33년 만에 685배 늘어난 것.

여성 운전이 대중화한 지 오래지만 아직도 많은 남성들은 운전을 '남자만의 영역'으로 국한해 여성 운전자를 못미더워 한다. 서울YWCA가 설문조사를 통해 여성 운전자들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대형 차량(42.3%),남성 운전자의 무시와 폭언(28.5%),무리한 끼어들기(18.7%),양보 안 하기(10.5%) 등을 꼽았을 정도다.


시원스레 달리다 포뮬러원 마니아 됐죠!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인 '투싼'을 모는 김나현 플러스HR 대표(34)는 SUV 예찬론자다. "예전에 쏘나타를 탈 때는 몰랐는데 SUV는 엔진의 힘이 느껴져요. 좀 털털거리긴 하지만 특유의 묵직함이 있고 차체가 높아 시야가 넓어져요. " 속도감을 즐기다 보니 자연스럽게 포뮬러원 등 모터스포츠에 관심을 갖게 됐다. "창원 등 경기가 열리는 곳을 찾아다니죠.시원스레 달리는 경주차량은 보기만 해도 스트레스가 확 풀립니다. "

의류회사에서 머천다이저(MD)로 일하는 정문주씨(27)의 첫 차는 '볼보 XC90'이었으며 최근 랜드로버의 '레인지로버 스포츠'로 바꿨다. 정씨는 "안전을 중시하는 아버지 때문에 SUV만 구입하고 있다"며 "SUV의 차체가 높은 편이어서 딱 붙은 치마를 입고 차에 올라탈 때 조금 불편한 점은 있지만 시야가 확 트여 주차할 때 수월한 편"이라고 말했다.


동호회 활동 통해 자동차 매력에 빠졌어요!

학원을 운영하는 최효미씨(30)는 최근 3년간 탄 자신의 'BMW 미니쿠퍼S'를 팔았다. 그는 중고차 시장을 찾은 게 아니라 인터넷 동호회에서 알게 된 사람과 직거래를 했다. 차를 팔겠다는 게시물을 올려놓자마자 대기자 15명이 몰렸다.

최씨는 인터넷의 미니쿠퍼 동호회 '미니홀릭'의 회원이다. 미니홀릭 회원 수는 1000여명에 달하지만 오프라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이들은 20명 정도.나이가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으로 젊은 편이며 한 달에 한 번꼴로 '드라이빙'을 간다. 북악스카이웨이와 파주 헤이리 등을 함께 달리며 친목을 다진다. 최씨는 미니쿠퍼S에 대해 "디자인이 귀엽고 민첩한 데다 운전하는 맛이 있는 차"라고 설명했다. 그는 며칠 전 '아우디 A4'를 계약했다. "앞으로 결혼계획이 있어서 좀 더 실용적인 차로 골랐죠."

최씨가 미니홀릭 동호회에서 만난 이정미씨(32 · 대학원생)는 오토바이의 매력에 빠졌다. 이씨 역시 미니쿠퍼를 타지만 할리데이비슨을 타고 싶어 지난해 말 이륜차 면허를 취득했다. 이씨의 마음에 든 것은 할리데이비슨의 2100만원짜리 '스트리트 밥'이다.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이씨에겐 자신의 자가용이 '나만의 공간'이다. 생각을 정리해야 하거나 누군가와 조용히 통화하고 싶을 때 차만큼 좋은 곳이 없다고.운전경력 9년차인 그는 "서울에서 운전하다 보면 점점 과격해지고 나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는다"며 웃었다.


택시는 나만의 개인 운전기사!

식품회사에 다니는 심선애 과장(35)은 매달 택시비로 평균 40만~60만원을 쓴다. 출 · 퇴근도 모두 택시를 이용한다. 대중교통보다 더 빠르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집에서 지하철역까지 걸어가고 환승하는 것 등을 모두 합친 것보다 택시타는 게 20분가량 절약할 수 있어 오히려 경제적이죠." 만원 지하철에서 시달리며 출근하면 아침부터 진이 빠지는데 택시는 그런 일이 없다고.

심 과장은 택시를 '개인 운전기사'라고 말한다. 운전면허가 없지만 취득할 생각도 없다. 술을 자주 마시는 편이어서 자가용이 있으면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더 번거로울 것 같아서다. 주변에서는 택시가 위험할 수 있다며 우려하지만 그는 괘념치 않는다. "밤이 늦었다 싶으면 안전하게 모범택시를 호출합니다. 집 앞까지 가니까 더 안전하죠."

따로 애용하는 택시업체는 없다. 심 과장은 "예전엔 한 콜택시 업체만 이용했는데 얼굴을 익힌 기사가 잔소리를 하거나 귀찮게 할 때가 있더라"고 말했다. 카드결제 택시가 많아진 것도 그에겐 희소식이다. 거스름돈을 받는 등 귀찮은 과정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택시값을 한 달에 보약 한 제 지어 먹는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제겐 택시 이용이 저를 위한 투자 개념입니다. "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