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난징에서 굴착기를 판매하는 양민푸 난징두산대리상 사장은 며칠 전 옌타이에 있는 두산공정기계(DICC)에 훈제오리 600마리를 보냈다. 굴착기 주문에 맞추기 위해 24시간 가동을 하고 있는 두산인프라코어 현지 생산법인 근로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서다. 물론 물량이 달리는 굴착기를 한 대라도 더 빨리 받기 위한 속내도 담겨 있었다. 지난해 800대의 굴착기를 판매한 난징두산대리상은 올 들어 550대 이상을 팔아 치웠고,제품이 더 들어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한밤에도 공장 안은 전쟁터


두산공정기계는 두 달째 굴착기 공장을 24시간 풀가동하고 있다. 1996년 중국 건설기계 시장에 뛰어든 후 처음이다. 정해익 법인장은 "중국 전역에 있는 38개 굴착기 대리상들이 자비로 운송 트레일러를 보내 공장 앞에 줄을 세우고 물건을 기다리고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지난 28일 오후 10시께 두산공정기계 옌타이 공장 안은 한밤중에도 바쁘게 움직였다. 지게차는 부품을 실어 나르며 공장안을 오갔다. 굴착기 조립과정에서 터져 나오는 굉음은 새벽까지 멈추지 않았다. 왕젠쥔 공회 부주석(노동조합 부위원장)은 "15년간 일했지만 요즘처럼 바쁜 적은 없었다"며 "하루 세 끼를 회사에서 먹을 때도 많다"고 했다.

12시간 2개조 맞교대 근무에도 불구하고 생산라인은 활력이 넘쳐 보였다. 인력 충원을 거듭하면서 젊은 직원들이 많이 입사,평균연령이 27세로 확 낮아진 덕분이다.

하부체 조립1라인에 근무하는 장하이저우씨는 "작년 이맘때는 1라인의 중 · 대형 굴착기 조립 건수가 하루 20대도 채 안됐었는데 요즘엔 하루 30대를 넘어섰다"며 "젊은 직원들이 많아 큰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용접라인에서 일하는 샤수이궈씨는 "일이 몰려 고되지만 잔업수당이 크게 늘어 월급이 작년 이맘때와 비교해 40~50%가량 늘었다"며 흐뭇해했다.

생산량이 급증하다 보니 새로운 고민거리도 생겼다. 소형 엔진,유압기 등 주요 부품들이 동이 난 것.정 법인장은 "한국이나 일본 업체들로부터 공급받는 부품이 충분치 않아 매일 트럭 수를 세며 부품 공급 상황을 챙기는 게 새로운 일과가 됐다"고 설명했다. 두산 옌타이 굴착기 생산라인에 투입되는 부품만 하루 2200t으로 8t트럭 300대 분량에 이른다.

◆중국 대륙 덮은 한국 굴착기

중국 굴착기 수요는 말 그대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올해 처음으로 10만대를 넘어 꾸준히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 정부가 작년부터 추진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열풍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어서다. 29종의 굴착기와 41종의 지게차를 만들고 있는 두산공정기계는 중국 시장에서 지난달에만 4237대의 굴착기를 팔았다. 작년 3월(2017대)보다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사상 최대 호황기였던 2008년 3월(2910대) 실적을 뛰어넘는 규모다. 작년 두산의 연간 국내 판매실적인 3400대보다 많은 물량이다. 두산은 올해 중국에서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한 총 2만대 이상의 굴착기를 팔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과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는 현대중공업도 선전하고 있다. 장쑤성과 베이징 공장에서 소형 굴착기 15종과 중 · 대형 굴착기 12종을 생산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지난달에만 작년 같은 때보다 2.5배가량 늘어난 3643대를 팔았다. 1995년 장쑤성에 생산공장을 짓고 중국 건설기계 시장에 뛰어든 뒤 가장 눈부신 실적을 거뒀다.

◆현지화의 힘

두산은 일본 고마쓰와 중국 시장 점유율 1위를 놓고 격전을 벌이고 있다. 올 들어 매달 1위 자리가 바뀔 정도다. 두산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15.5%다. 현대중공업도 판매량을 크게 늘리며 1위 자리를 넘보고 있다.

중국에서 두 한국 기업이 27% 안팎의 시장을 차지하게 된 이유는 제품 및 서비스를 현지화하고 공격적 마케팅을 펼쳤기 때문이다.

두산은 중국 최초로 현금이 모자라는 잠재고객을 겨냥한 고객할부판매제도 등 차별화 전략을 내놓았다. 공기가 희박한 고원지역 전용 굴착기 등 현지화된 제품도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현대중공업도 9시리즈 등 새 모델을 잇달아 내놓으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올해 중국 전역에서 350회에 걸쳐 신제품 전시회를 갖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이어갈 계획이다. 조익규 현대중공업 장쑤법인 상무는 "시장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판단,대형장비 생산 및 판매를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옌타이(중국)=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