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건호 금융투자협회장은 최근 펀드 환매사태와 관련해 "펀드산업이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성장통"이라고 평가했다.

황 회장은 2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주최로 외국계 금융회사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아시안 인베스트먼트 시리즈'의 기조연설을 통해 "저금리 기조와 고령화로 고수익 금융상품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환매된 자금이 머니마켓펀드 등 주변 자금으로 이동하고,주가도 상승하고 있어 과거 펀드런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황 회장은 펀드산업 발전을 위한 과제로 정부의 규제 완화와 금융회사들의 자정 노력을 꼽았다. 그는 "외국과 같이 장기투자 상품에 대한 세제 혜택이 부족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회사와 관련,"과도한 판매경쟁과 펀드매니저의 빈번한 이동으로 투자자의 신뢰를 잃었다"며 "펀드 숫자가 9000개를 상회할 정도로 소규모 펀드도 난립해 있다"고 비판했다.

황 회장은 풍족한 노후자금 마련과 펀드산업의 안정적 수요 기반 확보를 위한 방안으로 퇴직연금 활성화를 제시했다. 그는 "과도한 규제로 투자 효율성이 낮고 선진국에 비해서도 세제혜택이 부족하다"며 "무엇보다 퇴직연금의 주식형펀드 투자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산업 발전 초기에 있는 한국 등 아시아 국가에 선진국의 금융산업에 가해지고 있는 규제 강화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한국은 규제 완화를 통해 금융의 경쟁력을 강화시켜야 할 때"라고 부연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