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릴레마(세 가지 딜레마)'는 어느 한 쪽을 풀려다 보면 다른 한 쪽이 엉켜버리는 상황을 뜻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 규제에 관한 최근 미국의 논란은 우리를 이러한 트릴레마에 직면하도록 한다. 효과적인 자본시장과 은행에 대한 긴급구제 폐지,불경기에서 벗어난 경제 등 세 가지 상황이 바로 그것이다.

금융시장은 1930년대 이후 자유롭게 운용되고 있으며 자산가치가 급감한다 해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금리를 인하할 준비가 돼 있었다. 민주당은 우리가 세 가지 상황을 모두 선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크리스토퍼 도드 상원 금융위원장은 금융개혁안을 소개하며 금융시장의 효율성을 유지하면서 불경기를 막고 은행 시스템에 구제책을 실시하는 것 등을 방지하기 위한 법안이라고 말한다.

월가가 '카지노'로 전락해 버렸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카지노의 유일한 목적은 수수료를 받아내는 것이다. 만약 카지노가 부주의로 실수해 납세자들이 부동산,일자리,저축 등의 손실을 봤다 가정해도 속수무책이라는 얘기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최근 골드만삭스를 부채담보부증권(CDO) 사기 혐의로 제소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이슈의 요점은 골드만삭스에서 발행된 CDO가 도박이나 룰렛,경마 등에서 하는 큰 베팅과 다를 바 없었다는 것이다. 베팅은 서브프라임모기지를 기반으로 한 것으로 이 도박은 전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있는 은행그룹,즉 골드만삭스의 큰 부분이 됐다.

지난 20여년 동안 미국 파생상품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해 지난해 6월 기준으로 총액 604조달러를 돌파했으며 수익성도 좋았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2008년 금융시장의 시스템이 무너진 이후 많은 납세자들은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현재 거래되는 신용 파생상품인 신용 디폴트 스와프(CDS) 등은 규제할 수 없다. 시장 투명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효율적인 경쟁도 힘들다. 파생상품시장에서 거래가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이뤄지도록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 누군가 손을 대야 한다.

미 의회는 이 문제를 단독으로 다루는 것을 원치 않는다. 최근 상원에서 실시된 첫 투표에서 공화당 반대로 부결된 금융개혁법안은 관련 내용만 1300여쪽에 달할 만큼 분량이 방대하고 내용이 복잡하다. 감독 당국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이 법안은 금융 시스템의 효율성 등을 높이기 위한 해결책을 담고 있다.

이유야 어쨌든 파생상품시장은 규제해야 하며 이 시장을 원칙대로 재정비할 개혁을 시작해야 한다. 또한 과도한 레버리지도 단속할 필요가 있다. 반면 우리가 긴급구제 폐지 등 앞서 언급한 사항들을 모두 선택할 수 있다고 믿어선 안 된다. 그러다 트릴레마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정리=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이 글은 미국 하버드대 역사학과 교수인 니알 퍼거슨과 투자회사 포스트먼 리틀의 회장인 테드 포스트먼이 "금융개혁 기본으로 돌아가자(Back to Basics on Financial Reform)"라는 제목으로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