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發) 쇼크를 틈 타 외국인들의 선물 매도가 크게 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물(주식) 시장이 맥을 추지 못하는 상황에서 외국인 선물 매도에 따른 프로그램 매물이 지수 하락 압력으로 작용해 조정 폭이 깊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날까지 이틀연속 현물시장에서 순매도를 이어가는 동시에 선물 시장에서도 장중 3000계약 이상을 순매도하면서 코스피지수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실제 주식시장에서 개인의 저가 매수세 유입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의 선물 매도로 프로그램 매도 차익거래 매물이 1300억원을 웃돌면서 지수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선물시장에서 장중 미결제약정이 9000계약까지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뤄지고 있는 선물 순매도여서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향후 국내증시의 방향성을 하락 쪽으로 잡고 기조적으로 매도할 가능성이 그 만큼 커졌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선물을 대량으로 매도하는 상황에서 미결제약정이 급증하는 것을 보면 기존 포지션 청산이 아닌 신규 매도 물량으로 볼 수 있다"면서 "이는 외국인들이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현물시장이 약해진 상황에서 선물이 지수에 미치는 상관성이 높아질 경우 대량 프로그램 매도에 따른 지수의 추가 하락이라는 악순환이 초래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심 연구원은 "현재 프로그램과 코스피지수와의 상관계수로 볼때 프로그램이 지수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은 분명하다"면서 "선현물 가격차인 베이시스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까지 반등할 경우 그간 누적된 매수차익잔고가 청산되면서 지수에 더욱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유럽발 재정위기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방어하기 위한 단순 헤지성 거래일 가능성도 있어 크게 우려할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선물시장에 참가하고 있는 외국인들은 글로벌 시장 관점에서 봐야 한다"면서 "최근 외국인들의 매도세는 그리스와 포르투갈 등 유럽국가들의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위험을 선제적으로 줄이기 위한 헤지성 거래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전날과 달리 장중 미결제약정이 크게 늘어 신규 매도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있지만 외국인 뿐만 아니라 개인과 기관들 역시 기술적 반등과 추가 하락에 대한 방향성에 확신을 갖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일시적 현상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