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다윈은 알았을까. 자신의 이론이 미처 꽃을 피워 보기도 전에 핵심을 거세당하고 진화론이라는 결론만 덩그러니 남아버릴 운명이었다는 것을.'

《종의 기원,생명의 다양성과 인간소멸의 자연학》의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다윈의 진화론이 잘못 알려져 왔으며 이는 사람들이 《종의 기원》을 제대로 읽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방대한 분량과 대중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문체나 사례들이 독파의 걸림돌이기도 하지만 다윈의 진화론에 대한 단선적 이해가 오해와 왜곡을 낳았다고 그는 설명한다.

'연구공간 수유+너머'에서 10년 이상 다윈을 연구해온 저자는 그래서 《종의 기원》 다시 읽기를 시도해왔고,그 결과물이 이 책이다. 저자는 다윈의 진화론을 '라마르크-다윈-멘델-유전자의 발견-현대유전학'으로 이어지는 진화론 발전의 한 단계라는 식으로 이해하기에는 그의 사상이 너무나 복합적이라고 강조한다.

다윈은 창조론에 입각한 당대의 성직자들뿐만 아니라 창조적 섭리와 인간중심의 목적론에 얽매여 있던 주류 과학자,앞서 진화론을 주창한 라마르크 등의 견해와 대척점에 서 있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다윈에게 자연선택의 결과인 진화란 종의 질서로부터 벗어나는 것,즉 일탈"이라고 설명한다. 이 일탈이 오랜 세월 거듭됨에 따라 태초에 형성된 종의 질서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질서와 계통을 만들어 나갔다는 것.이렇게 보면 인간은 숱한 생물 가운데 하나일 뿐이며 유일하게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인간은 다른 동물에게 없는 도덕심과 지성을 갖고 있다며 스스로에게 특별한 지위를 부여한다.

저자는 따라서 "다윈은 이 같은 인간중심주의와 목적론을 넘어서기 위해 《종의 기원》을 썼다"고 강조한다.

인간중심주의가 창조론의 핵심이며 다윈은 이를 타파하기 위해 평생을 바쳤다는 것.지금도 《종의 기원》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간과 다른 생물,남과 여,백인과 흑인 등을 가르는 이분법과 차별의 근거에 인간중심주의가 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