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시공을 맡아 완공한 세계 최고층 빌딩 '두바이 부르즈칼리파'.총 공사비가 15억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삼성물산의 수주액은 5억달러에 불과했다. 나머지 10억달러 중 7억달러는 해외 시공업체가,3억달러는 미국의 하이더와 솜,영국의 터너라는 회사가 나눠 가졌다. 이들 세 회사가 한 일은 프로젝트 기획과 타당성 검토,프로젝트 종합관리,기본설계 등 이른바 '엔지니어링'이었다.

세계 엔지니어링 시장에서 한국은 아직 '존재감'이 없다. 2008년 기준 세계시장 점유율이 0.4%에 그친다. 미국(38.2%) 네덜란드(12.3%) 영국(11.8%) 캐나다(8.4%) 등 선진국과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일본(1.4%)은 물론 심지어 중국(2.7%)에도 밀린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한국은 고위험 저수익 부문인 시공에선 강세지만 부가가치가 높은 엔지니어링은 기술 수준이 선진국 대비 60%에 불과하다"며 "경험과 트랙레코드(사업실적)가 부족해 세계시장에서 설 자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엔지니어링 산업 발전' 대책이 나왔다. 28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회의에서다.

정부가 제시한 청사진은 2020년까지 '엔지니어링 7대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것이다. 세계 엔지니어링 시장 점유율을 10년 뒤 5%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도 제시됐다.

정부는 이를 위해 엔지니어링 관련 연구 · 개발(R&D)에 2015년까지 총 1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또 내년까지 국내 주요 공과대학원 2곳에 엔지니어링전문대학원을 설립해 고급 인력 양성에 나선다. 2020년까지 석 · 박사급 전문 인력 2000명을 양성할 계획이다. 현재 1만2000명인 엔지니어링 관련 국제인증 소지자를 2020년까지 3만명으로 늘리고 중소업체 밀집 지역을 골라 대규모 '엔지니어링 콤플렉스(단지)'를 조성한다.

해외 엔지니어링 업체를 인수 · 합병(M&A)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될 전망이다.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처음부터 기술과 인재를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며 "M&A를 통해 역량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대책에도 엔지니어링 프로젝트 수주나 M&A 때 금융 지원을 위해 20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이 들어 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세계 200대 엔지니어링 기업 중 국내 업체가 5개에서 20개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주용석/홍영식 기자 hohoboy@hankyung.com